by
Watermelon
Oct 03. 2024
이론적으로는 실수와 혼냄은 비례해야 한다.
사소한 실수는 눈감아주고, 엄청난 결과를 낳는 대형 사고는 혼내고 가르치고.
그런데, 이상하다.
큰 실수는 오히려 화가 나지 않는 다.
사고를 수습하고, 나보다도 더 놀라고 다급해하는 후배를 다독이게 된다.
반면, 작은 실수는 화부터 난다.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부터 내가 알려줘야 하나? 이 친구는 혼자 할 줄 아는 게 하나 없나?
예를 들어 주간회의록에 시간을 표기할 때 14시가 아닌 2시로 표기하는 것.
8/7(화)가 아닌 8월 7일로 표기하는 것처럼.
유관부서와 회의 시간을 잡아야 하는데, 캘린더에 우리 팀 시간 다 표시되어 있는데,
3시로 할까요 4시로 할까요 굳이 물어보는 것처럼.
엑셀을 보내면서 인쇄 설정을 하지 않는 것처럼.
대세에 지장도 없고, 수정하기도 쉬운데, 매번 수정하고 답변하고 있자니 화가 나는 것.
아마 내 선배들도 그랬을 것이다.
사소한 실수인데도, 굳이 콕 집어서 이야기했다면, 그 사람에게는 정말 거슬렸을 것.
그런데 내가 별것 아닌대도 화낸다며, 깊게 생각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래서 그때 그렇게 화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의문이 든다.
이 실수로 세상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광고주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비용 손실 발생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화낼 일인가?
어떨 때는 이렇게까지 화내서 움츠러들게 하면서,
어떨 때는 한없이 날 다독여주고 괜찮다 실수할 수 있다 하네?
뭐가 진심이지?
일관되지 않은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혼란스러움.
실수 앞에
정의의 여신이 아닌
한낱 인간인 나는,
오늘도 실수의 무게추를 공정하게 측정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