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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termelon Oct 07. 2024

내가 Y대리님에게 조언을 자꾸 구하게 되는 이유

난 우리 팀 Y 대리님에게 자주 조언을 구한다.

팀장님과의 보고가 잘 안 될 때도

부사수가 생각보다 따라와 주지 않을 때도

난 늘 Y대리님을 찾았다.


신기하게, 다른 이의 조언보다,

Y대리님의 조언이 잘 들린다.

조언을 구한 다음날이면, 그 조언대로 어색하게나마 실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상하게 그의 조언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유난히 힘들었던 하루,

퇴근하려는 Y대리님을 붙잡고 하이볼 한 잔을 했다.

그날, 왜 유난히 왜, 그의 조언이 잘 들렸는지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그날,

난 조언을 구하겠다고 그를 앉혀놓고

거의 한 시간이 넘게 나 혼자 떠들었다.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말이 계속 한 없이 나왔다.


그런 나를 그저 바라보고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단 한 번도 끊지 않았고

내가 다 쏟아내고, 우리 사이에 놓인 회를 한 점 집어 먹었을 때에야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에게 조언을 했다.

나는 바보같이 조언하는 그의 말을 끊고 해명도 했었다.

그러다가 알았다.

그는 단 한 번도 내 말을 끊은 적이 없다는 것을



그가 먼저 다 들어줬기에

그의 조언이 잘 들렸던 것이다.

말 많은 나에게 "말해봐요" "그래서요?" 외에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끝까지 다 들어줬기에

내가 그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난, 조언을 구하러 나에게 온 사람들의 말을 얼마나 먼저 들어줬던가.

조언자가 되어, 내 말하기에, 잘난척하기에 바빴던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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