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atermelon
Dec 01. 2024
중국에서 중국어도 중국역사도 아닌,
과학을 전공하는 금발머리 공대생을 만났다.
내 옆 침대에 자는 그녀는,
아침 식사 시간에 나를 발견하고
잠깐 옆에 앉아도 되냐며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우리나라 약과를 살 수 있는 떡집을 지도 어플로 찾아주고,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가
우린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대학원을 졸업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의미 있고, 하루를 나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자기 고향 폴란드에서
지구 반대편 중국 상하이까지 와,
순수 과학을 전공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떠올렸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는 그냥 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 공부는, 특히 '숙제 homework'는
내가 스스로 할지 말지 선택하는 것이었다.
언제든 안 할 수도 있었다. 늘 몇몇 친구들은 쿨하게 homework 따위하며 패스했다.
하지 않으면 그 책임을 지면 될 뿐,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문제는 되지 않았다.
우린 과연...
숙제를 안 한다는 상상을 해봤나...
그렇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공부를 해왔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일을 하게 되었으니,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
그저 그런 돈을 버는 곳일 뿐이라면
나의 하루가 너무 무의미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 중
공부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을 몇 명이나 될까?
대학진학률이 그렇게 높은데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대학에 진학한
대학생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어린아이들의 최애 질문인 "왜"를
우린 언제부터 잃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