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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termelon Dec 08. 2024

그 폴란드 대학원생의 한국인 친구

다음 날,

그 금발머리 폴란드 대학원생이 중국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셋이서 종로를 거닐다가

우리 카페나 갈까?

무심코 던진 질문에 쓱 튀어나온

한국인 친구의 중국어로 된 답변; 好的 (그래 좋아)


바로 엇 당황하며, sorry I ment, yes let's go

(아, 미안... 내 말은 그래 가자였어)하며 말을 바꾼다.


그 말에 난 회답했다

当然, 我们出去吧! (당연하지, 우리 나가보자!)


아마 그 폴란드 대학원생과 이 한국 친구는 중국에서 종종 중국어로 대화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대화는 영어로 한다고 했지만,

중국에서 사는 만큼,

둘 다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고

그래서 간단한 표현들은,

특히 好的 같은 표현은 자주 썼을 것이다.


그렇게 툭 어나왔던 한 마디.

나도 아는 중국어 었다.


다양한 언어를 한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왜냐면, 언어는 단순히 '언어'가 아니라

'문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둘을 절대로 분리해서 배울 수 없다.


우리는 잘못해서 팔이 부러져 다치면

'팔이 부러졌어'라고 한다.

그럼 영어로는?

'I broke my arm'

직역하면 '내가 내 팔을 부러뜨렸어'이다. 

물론, 정말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고서야, 내가 정말 내 손으로 뚝! 내 팔을 부러뜨렸을 리 없다.

하지만, 이 간단한 표현의 차이가 영어권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대표한다.


'귀찮아~'가 내포하는 다양한 뜻은 절대로 'bothersome', 'annoying' 따위로

충족될 수 없으며


영어에서 자주 쓰는 'I appreciate you'에

가장 가까운 '난 널 소중히 여겨, 널 가치 있게 생각해'는 오글거린다.

차라리 '난 널 높이 산다. 인정한다'가 더 익숙하다.

그렇다면 appreciation 보다 인정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각자 고유의 존재 가치보다 능력과 결과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celebrate'를 '축하한다'라고만 알고 있다면

'We celebrate our differences'는

뭐라고 해석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차이점을 축하해...?


중국어도 중국만의 고유의 문화가 있다.

중국사람들이 이상할치만큼 좋아하는 把(ba) 자문

중국사람들도 왜 꼭 把자문을 써야 하는지 속 시원하게 답하지는 못하지만

我吃完了(나는 밥을 다 먹었어)와

我把饭吃完了(내가 그 밥을 다 먹어 버렸어)는 확실히 다르다


다양한 언어를 하는 난

그래서 언어를 섞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다양한 표현은 언어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각 언어에 끈끈이처럼 복잡하게 섞여 붙어있는 각각 다른 문화가

모두 동시에 내 안에 공존하고 있기에


그때그때 내가 느끼고 말하고 싶은 바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와 문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사실은 내가 할 줄 아는 한국어 / 영어 / 중국어 / 프랑스어를 다 할 줄 아는 사람과 아마 가장 정확한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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