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언제나 진실처럼 말한다

# 깊어지는 함정들

by 전태현 작가
ChatGPT Image 2025년 7월 5일 오후 07_20_56.png




지방에 내려온 지도 벌써 두 달째다.


이번 달의 목표는 분명하다.

사이비 교회의 12사도, 곧 ‘장로’들을 포섭하는 일이다.



왜 이들이 중요한가?



그들에게는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주가 말하면 그대로 따르지만,

교주가 부재 중일 때는 이들 12명이 모든 결정을 내린다.




교주에게 그런 ‘부재의 순간’이 있을까?
있다.


그것을 우리는 만들어낼 것이다.

12명의 이름과 직업은 이미 파악되어 있으며,

가족관계와 가정형편까지 모두 기록된 상태다.



그 중에서도 ‘회장’이라는 인물은 특별히 더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일요일 예배가 끝나고 “식사를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장소는 지역 최고급 일식당.
1인당 수만원을 훌쩍 넘는 곳으로 정했다.



그리고 봉투에 상품권 20만 원씩을 담아 선물로 준비했다.

첫 모임이었기에,

식사와 간단한 티타임만 나누고 저녁 9시 무렵 마무리되었다.




한 번의 만남으로도 확실히 가까워졌다.
그중 세 명은 술을 곁들인다기에 근처 생맥주 집에서 한잔씩 더 나눴다.



이제는 평일에도 교회에 나가 츄리닝을 입고 청소도 하고,

페인트칠도 하며, 잡일을 도맡는다.



“저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이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말 하나에 사람들의 시선은 부드러워졌다.

주위 인물 세 명도 따로 섭외해 전도했다.

물론, 돈을 주고 영입한 것이다.



어느 날이었다.
교회 마당에서 홀로 청소를 하던 중, 낯선 여인이 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교주의 아들, 즉 부목사의 아내였다.



그녀는 나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지나갔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핑크색 원피스에 운동화,

긴 단발머리가 햇살을 따라 출렁일 때, 나의 심장도 함께 흔들렸다.




약 30분 후, 다시 나온 그녀는 내게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처음 뵙는 분 같아요...”
“아, 저는... 얼마 전 이사 온 사람입니다.”



“아버님께서 말씀하시던 바로 그 성도님인가 보네요.”



“글쎄요…”

짧은 인사를 나누고 그녀는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민호야, 정신 차려라. 너의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



오후 4시. 집에 돌아오니, 가정부가 아직 청소 중이었다.

“아직 안 가셨어요?”
“네, 할 일이 조금 남아서요.”



보통은 4시 전에 나가고 없었는데, 이날만큼은 달랐다.


부엌에는 된장찌개 냄새가 구수하게 퍼져 있었다.

“소주 한잔 할까?”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사는 게 그렇다.



교회를 다닌다고 술을 안 마시는 건 아니다.

그녀는 평일엔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다니며,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했다.



피부가 유난히 고운 이유다.
그날도 입은 하얀 레이스 셔츠는 유난히 매혹적이었다.

소주 한잔, 두잔.



잔을 기울일수록 그녀의 말은 흐느낌처럼 이어졌다.



하소연을 다 들어주었다.

결국, 소주 두 병씩을 마셨고, 그녀는 술에 취해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볼록하게 솟은 가슴과 눈부신 다리가 시선을 자극했지만 참았다.


이불을 덮어주고, 나는 거실로 나와 시계를 봤다.
저녁 8시.



나는 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원으로 와.”



잠시 후, 그녀가 도착했다.
나는 처음으로 끓어오르던 욕망을 원 없이 쏟아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뒤, 혼자 술을 마셨고 집에 돌아오니 11시.



그녀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에서 잠들었고, 새벽에 깨보니 그녀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아침.
그녀는 콩나물국을 끓여주며 내 속을 풀어주었고, 나는 사무실로 향했다.



그때, 선희에게 연락이 왔다.



“오빠, 면허정지 3개월이에요.”

다음 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벌금을 대신 내주었고, 송금까지 완료했다.

선희는 나의 계획을 모른다.



어느 정도 사기극임은 짐작하지만, 구체적인 건 알지 못한다.
그녀 역시 일이 끝나면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7주차.



여전도회 회원들과 식사를 했고,

‘12사도’들과는 다음 주에 다시 식사를 하기로 했다.


토요일이면 교주는 등산, 장로 회장은 축구,

가끔은 자전거 모임도 있다.




9주차, 즉 석 달째.


이쯤이면 깃발을 꽂아야 한다.
서부시대의 개척자들처럼, 이곳을 나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밥을 사고, 교회 청소를 함께하며,

어느덧 두 달이 흘러갔다.



그리고 선희는, 면허정지 이후에도 두 차례나 교주의 아들과 단둘이 식사를 했다.
그의 아내는 이 사실을 꿈에도 모른다.



나는 선희에게 말했다.



“계속 애간장만 태워. 잡지 말고.”



역시 텐프로 출신은 다르다.


남자란, 이런 여자에게 환장하기 마련이다.

이전 04화제4화  언제나 진실처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