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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Apr 12. 2023

단편소설 '나는 아름답다' 감상문

소설 '호출' (저자 김영하)에 수록 된 단편소설


소설 '호출' (저자 김영하)에 수록 된 단편소설 '나는 아름답다' 감상문


또 다시 시작된 여름. 사람들에게 계절이 바뀜은 그렇게 중요하지가 않다. 소설 속 ‘나’에게는 이 반복되는 여름이 ‘매주 잘라야 하는 손톱처럼, 매일 세 번씩 찾아오는 공복감처럼’ 지겹디 지겨운 건조함이다. 사는 게 그렇다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의미 없이 관성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첫 장면 부터 이미 탈출 통로로써의 죽음과, 주인공의 죽음에 대한 동경을 암시하며 시작한다. 그 동경의 근원은 바로 일상에 대한 ‘지겨움’이다. 주인공이 느끼는 죽음의 또 한가지 원인은 ‘두려움’이다. 아내는 오늘도 채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삭제해 버리고 돌아와 손을 씻는다. ‘나’는 그런 아내의 손에서 죽음의 냄새를 느끼고 그녀의 목 또는 발목을 천장에 매달아 사진을 찍음으로써 그녀를 죽이고 있다. 


소설에는 무수히 많은 죽음의 코드가 존재한다. 무료한 일상을 못 이겨 죽음을 동경하면서, 아내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상상에 공포를 느끼는 주인공의 말은 모순적이다. 그리고 그 모호함을 뒤로한 체 주인공은 또 다른 죽음을 찾아 떠난다. 세 명의 등장인물 밖에 나오지 않는 짧은 단편소설 안에서 보여지는 이 많은 죽음은 무엇을 말하기 위한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왜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표현 했을까?


나르시스는 곧 자아의 분신이며 자신의 이상과 반영물을 일치시키고자 한없이 다가가면 거기 죽음이 있다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가 찾아 헤매던 또 하나의 죽음은 자신을 완성시키는 또 하나의 과정이지 않을까. 


결국, 그는 자신의 동경의 대상이자 자신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던 ‘다나이드’상의 살아 있는 분신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달라고 부탁하는 그녀의 제의를 주인공은 거절하지만 결국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녀의 죽음을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무언가를 이루어 낸 듯하다. 그토록 원했던 죽음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그는 그 필름을 바다에 던져 버린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제 자아는 완성되었으니 현실과 맞설 차례라는 것일까?


사실 이 소설이 읽기는 쉬웠지만 그 숨겨진 의미를 찾기는 매우 어려웠다. 더불어 내게 죽음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낳게 해준 소설이다. 사진이 매개가 되어 내가 쓰는 소설에 도움이 될 듯 하지만 나는 이 소설에서 사진 보다는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죽음은 어떤 소설가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나르시스적인 죽음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죽음이다. 하지만 한번쯤 모두 생각해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진실 한 그 때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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