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 터

새들이 집을 짓고 사는 곳은 햇빛 잘 드는 터 좋은 곳이다

by 박재옥

자작나무가 몇 그루 서 있는 아파트 길목을

지나다닐 때마다 머리 위가 조마조마하다

바닥에는 허연 새똥이 칠갑하고 있어

피해 다니던 그 자리


동네 여자들 계 모임 하듯 시끄러운 그 아래 지날 때마다

재수 없이 떨어지는 새똥 맞을까 봐

죄인처럼 머리 조아리고 지나다니던 그 자리가


새들에게는 명당인 모양이다


바닥만 쳐다보고 사는 눈으로

하늘의 자리를 논할 수 있겠는가


햇빛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하늘의 양지여서

허구한 날 자작나무 카페에 모여서

재잘재잘 노래하는 그 자리가

새들의 눈 밝은 터였나보다


두 발로 걷는 자의 눈높이로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하늘의 등고선

터가 잘 들어앉은 자리에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발뒤꿈치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눌러살게 되는

웃음소리 끊이지 않는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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