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에서 잃어버린 어린 영혼들에게 바치는 시
1.
경계에 서 있는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바다가 어릿광대처럼 혓바닥을 날름거릴 때
아이의 표정이 어중간하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감정의 타이밍을 놓쳐버린 아이는
뒤집어지는 바다의 눈높이가 낯설다
불길의 함대는 벌써 코너를 돌아 나오는 중이다
선상 난간에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젖은 날개가 원망스러운 천사 같다
아귀힘도 허물처럼 벗겨져 나가고,
영혼의 무게는 급격히 제로다
얼음!
아이는 주문을 외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다
늘 그랬던 것처럼
감쪽같이 집에 가 있을 거라고
우기면서 눈을 재운다
엄마 아빠의 얼굴이 겹친다
어린 남동생과 재롱둥이 샐리까지
샐리의 긴 혀가 로프처럼 날아와서 철썩 볼을 핥아준다
진한 타액 덕분에 몽롱한 잠이 감겨온다
자고 일어나면 더 좋아져 있을 거야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처럼
물속의 잠이 넘친다
2.
아직도 귀가하지 않는 아이는
앞모습이 없다
집을 나가던 뒷모습만 눈에 선하다
그녀가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뱃속으로 아이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아이는 뱃속에서 헤엄쳐 다녔다
심해상어를 뒤쫓는 바닷물처럼
그녀는 부지런히 파뿌리 같은 허상을 길렀다
현실도 꿈도 허상이었다
쭈글쭈글한 달 표면에도
명자나무 이파리 체관 속에도
부표처럼 손 내밀고 서있는 아이
귓속 달팽이관에서
먼 해저의 중저음이 들려올 무렵
아이의 모의고사 성적표가 뒤늦게 집으로 발송되어왔다
불길한 숫자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금고 속에 숫자들의 불길을 가두었다
구금된 환청이 들려왔다
엄마, 나 잘 했지?
기쁘지 않아?
비극보다 더한 비극
손톱에서 피가 나도록
달력의 눈알을 후벼 파내도
한 달이 넘어가지 않았다
가시처럼 목에 걸린 한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