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찾아간 바다에 눈발은 날리지 않았다
내항(內港)을 따라서 귀머거리 쇠배들 정박해 있었고,
피빛 갈매기 울음소리가 얇은 귀청 찢고 있었다
소금 절인 바다 생선의 근해(近海)와
사팔뜨기 눈을 한 흐린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여기, 금강이 끝나고 서해가 시작되는 곳에서
먼 여행 온 물살들이 억센 손길 마주 잡으며
마침내 하나 되고 있었다
가늘고 긴 하천의 물길들이 서로 격려하고 부축하며
이곳까지 와서 몸 섞고 있었다
뒤돌아보면 우리가 걸어온 길도 이처럼 험난하지 않았는가
때로 상심하고 좌절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걸음을 멈추지 않았기에 햇살 터지는 눈부심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서게 되는 것이 아닌가
수협 어판장에서 궤짝에 생선을 채우던 아낙들
생선비린내를 풍기는 싱싱한 아침이 거기 살아 있었고,
넘쳐흐르는 정직한 삶의 충동이
지친 발걸음을 잡아끌었다
일은 고되 보이지만 아낙들의 손놀림은
펄떡거리는 힘찬 의욕으로 넘쳐 있어서
무심코 떠나온 발길이 부끄러웠다
생선 비린내를 들이마시며 부둣가를 걸어 나올 때
앞날의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시린 희망에 몸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