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지나자, 동치미 맛이 변했다
무는 우기의 뒤란처럼 물러지고
국물은 발효가 심해서 더는 먹을 수 없었다
항아리 안이 거미줄 친 폐가였다
지난겨울 동치미가 없었다면 나도 없었다
겨울 여신이여, 너의 희고 뭉툭한 종아리를 종이처럼
얇게 썰어 먹으면서 힘든 시절을 건널 수 있었다
동치미 항아리를 비워내자
고로쇠나무에 노란 봄 편지가 당도해 있었다
이번에 '마음보다 먼저 핀 꽃' 제3 시집을 시산맥 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시 52편과 에세이 '80년대에서 온 편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사랑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