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 동치미

by 박재옥 시인


입춘 지나자, 동치미 맛이 변했다


무는 우기의 뒤란처럼 물러지고

국물은 발효가 심해서 더는 먹을 수 없었다

항아리 안이 거미줄 친 폐가였다


지난겨울 동치미가 없었다면 나도 없었다


겨울 여신이여, 너의 희고 뭉툭한 종아리를 종이처럼

얇게 썰어 먹으면서 힘든 시절을 건널 수 있었다


동치미 항아리를 비워내자

고로쇠나무에 노란 봄 편지가 당도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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