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이 한 말

by 박재옥 시인


뒷산 아카시아 소담한 꽃 피우고

꿀단지를 열어두고 있다

마을은 달콤한 맛의 침입자에게 점령당한 채

속절없이 침을 삼킨다


향기가 사람을 먹여 살린다


주말에 귀향하는 중년 부부가 싸리 소쿠리 들고 가서

아카시아 몇 그루만 훑어도

금세 꽃이 한 말


그 꽃에다 흰 눈 같은 쌀가루 풀어 향기를 시루에 안치면

금세 떡이 몇 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

도마뱀처럼 뿔뿔이 흩어진 뒤


적적한 바람만이 거세당한 개처럼 동구洞口를 지키고 있는

고향이라는 이름의 폐허여!


문 뒤로 남아 계신 어르신들

배불리 드시고도 꽃 떡이 솔찬히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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