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나무 성자聖子

by 박재옥 시인


감은 익어가는데 시간은 별로 없고

가을은 깊어져 가는데, 감은 더 익어가고

서리 내리기 전에 따야 한다는 어머니 걱정


주말에 가보니

감나무는 현저히 늙어서 난파선처럼 쪼그라들고

몇 안 되는 무게조차 힘들어하고


너무 싱거운 감 따기였다


집 짓고 나서 아버지가 제일 먼저 심었던 나무

해마다 늦은 가을이면

감 따는 재미를 몇 배로 나눠주었던

보람과 자랑과 유쾌의 계시를 가을 햇살처럼 내려주었던


감나무 성자여,

우리를 두고 어디로 가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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