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장터 순대국밥집에서 만난 낯선 시계는
풀잎을 건너는 달팽이처럼 느리기만 하다
주방에서 음식 만들어 내오는 노부부는
절대 서두르는 법 없다
빠름에 익숙한 시계로는 마음 급해지는데
식당 문 열고 들어온 지 삼십 분
어색한 침묵의 무게를 견디고 난 다음에야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숟가락 떠먹어 보니
오래된 기억의 가지에 고욤처럼 매달려 있던 그 맛이다
미몽의 혀끝에서 마중 나온다
잊고 있던 감칠맛이
불편한 기다림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서로 다른 시계를 인정하기로 한다
시대가 빠르다고 해서 빠른 시계가 진리는 아니라는 것
뇌 속에 바쁜 시계라도 이식해 놓은 듯
느림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시간
컴퓨터와 자동차의 속도를 답습하는 뇌세포
빠름만이 능사일까, 가끔은 의심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중독 되어버린 생의 초침
달팽이처럼 느린 시계가
화가 나기는커녕 귀인처럼 고마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