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서로 다른 시계

by 박재옥 시인


시골 장터 순대국밥집에서 만난 낯선 시계는

풀잎을 건너는 달팽이처럼 느리기만 하다


주방에서 음식 만들어 내오는 노부부는

절대 서두르는 법 없다


빠름에 익숙한 시계로는 마음 급해지는데

식당 문 열고 들어온 지 삼십 분

어색한 침묵의 무게를 견디고 난 다음에야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숟가락 떠먹어 보니

오래된 기억의 가지에 고욤처럼 매달려 있던 그 맛이다

미몽의 혀끝에서 마중 나온다

잊고 있던 감칠맛이


불편한 기다림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서로 다른 시계를 인정하기로 한다

시대가 빠르다고 해서 빠른 시계가 진리는 아니라는 것


뇌 속에 바쁜 시계라도 이식해 놓은 듯

느림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시간

컴퓨터와 자동차의 속도를 답습하는 뇌세포


빠름만이 능사일까, 가끔은 의심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중독 되어버린 생의 초침


달팽이처럼 느린 시계가

화가 나기는커녕 귀인처럼 고마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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