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조기찌개

by 박재옥 시인


산비탈에 고사리 올라오는 철 되니

그분이 좋아하셨던 조기찌개 끓인다


고사리밥 잔뜩 넣고서 긴 불 끓이다 보면

지층처럼 굳었던 마음도 어느새 뭉그러진다


기억의 뿌리가 이리도 짠한가

먹기 전부터 칼칼하게 목이 멘다


혀 없이도 헛물켜는 것들!


이렇듯 마음이 무너지는 날은

생선 봉투 부여잡고서 마당을 건너오실 것 같다


짠맛에 길들인 그리움이었는가

오래된 헛간처럼 헐거웠던 입맛이 다시 돌아오고

몸속 깊이 새겨져 있던 맛의 경구가

스멀스멀 가려움처럼 떠오르는 저녁 무렵


헐렁한 뼈 사이에서 발라지는 눅진한 슬픔은

아직도 텃새처럼 이곳을 떠나지 못하였구나


눌은밥처럼 뭉그러지는 혈육의 살점을 목구멍으로 넘기면

그분은 어느새 곁에 와 계시고


사랑은 오래 길든 맛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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