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꽃 피던 시절의 첫 발령
시골 고등학교 정문을 걸어 들어가면서
마치 유람이라도 온 듯이
오래된 교사(校舍)가 정겨웠었다
그 때는 사대 졸업하고, 군대 갔다 와서
낯선 시골 학교 교문을 들어선다는 일이
내 손금에 새겨진 길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달이 가고, 해가 가고
비슷한 교실에서 비슷한 학생들을 상대로
비슷한 내용의 수업을 반복하다가
의욕과 권태 사이를 동어반복하다가
가끔은 여기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망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하다가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탄식소리
부족한 이가 누구를 가르친단 말이냐
죄 지었어라!
함부로 가르친단 말 하지 말았어야 할 것을
시간의 마디를 훌쩍 건너와 보니
이제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내 손금에 새겨진 길이 별게 아니라는 것을
교단이 나의 길이고,
무덤이라는 것을
무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