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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마늘 경전

by 박재옥


이마가 뽀얀 애들이 봄흙 털고

헤살헤살 웃으며 나오는 즈음


어머니는 집안에 며느리가 들어오던 해부터

마늘 경전을 읊조리셨다


얘야, 햇마늘을 먹으면 몸에 좋은 일이 많단다


해마다 보약 한 채 지어먹는 셈치고

새우젓에 들기름 두르고

마늘 볶는 경건한 의식


훗날, 바람 심하게 부는 어느 봄날에도

거실에서 두 손 모은 채

햇마늘 까는 일을 상상하거니


사랑은 이처럼 오래된 경전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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