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가 뽀얀 애들이 봄흙 털고
헤살헤살 웃으며 나오는 즈음
어머니는 집안에 며느리가 들어오던 해부터
마늘 경전을 읊조리셨다
얘야, 햇마늘을 먹으면 몸에 좋은 일이 많단다
해마다 보약 한 채 지어먹는 셈치고
새우젓에 들기름 두르고
마늘 볶는 경건한 의식
훗날, 바람 심하게 부는 어느 봄날에도
거실에서 두 손 모은 채
햇마늘 까는 일을 상상하거니
사랑은 이처럼 오래된 경전이거늘
이번에 '마음보다 먼저 핀 꽃' 제3 시집을 시산맥 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시 52편과 에세이 '80년대에서 온 편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사랑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