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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무서운 이야기

by 박재옥


유치자연휴양림 야영장을 찾아가는데,

먼 길 오느라 시간은 늦어, 구공탄처럼 캄캄한 밤에

유치란 마을까지는 잘 찾아갔는데,

사방이 적막하여 어디다가 물어볼 데가 없었다


마을을 지나가는데 사람이 없었다

개나 고양이는 물론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식육점이며 미장원이며 약방은 있는데

슈퍼도 정미소도 다방도 간판은 달려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불빛과 기척은 없었다


뱃살 두툼한 어둠의 살이 들어찬 늪지대를

물뱀처럼 스르르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뒷골이 서늘해져왔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면서

비가 내리는 칠흑의 비포장 산길을 겨우 넘어서야

자연휴양림의 희미한 불빛과 만날 수 있었다


뒷날, 그 마을이 수몰예정지구라고 전해 들었다

물에 잠길 운명의 음지(陰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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