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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을 통해 대체함을 배우다

요즘은 왜 이렇게 짬뽕이 좋을까?

by 세진

젓가락을 들어 면발의 양을 살핀다.

'이 정도의 면발이면 쫄깃함이 보장되겠어'.


국물의 진함을 보고 한 입 떠서 마셔본다.

'얼큰하니 괜찮네.'


그리고 홍합을 까서 입에 씹는다.

크기도 적당하고, 오히려 비려서 더 맛있네.


그렇게 생각하며 젓가락을 들고

면발을 입에 넣는다.


천천히 씹으며, 면발의 쫄깃함을 음미하며.

여기는 이상적인 짬뽕이구나.

어디도 대체할 수 없겠어.

그런 생각이 들게 되면, 아쉽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맛본다.


이걸 대체하게 된다면 너무 씁쓸할 거 같아.



음,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짬뽕 이야기인 척 적는

이상적인 무언가와

대체함에 대한 고찰이다.


며칠 전부터 나는 짬뽕의 매력에 푹 빠졌다.

원래도 짬뽕을 좋아하였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요즘은 외식 혼밥을 하게 되는 날이면

십중팔구 짬뽕을 찾게 된다. (학식 제외.)


그래서 기억나지 않는 며칠 전에 한 번,

금요일에 한 번,

그리고 일요일인 오늘까지

연속으로 짬뽕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오늘 먹었던 짬뽕이 가장 맛있었고,

가장 이상적인 짬뽕이었기에

이상적인 짬뽕에 대한 맛을 서술하겠다.


출처 - 픽사베이


우선, 짬뽕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면발, 국물, 그리고 홍합의 상태다.


면발이 쫄깃한가?

그리고, 국물의 양은 어떠한가.

마지막으로 홍합의 상태와 홍합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를 살핀다.


금요일에 먹은 집과 저번에 먹은 집은

홍합의 양이 너무나 적었다.

먹는 둥 마는 둥,

채소와 함께 면을 흡입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먹은 이상적인 짬뽕 - 직접 찍은 사진

그러던 오늘, 새로운 집에서 먹은 짬뽕은

홍합의 양도 적절했다.


심지어 홍합도 적당히 비렸기에 오히려

해산물의 향을 살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얼큰함을 챙긴 적당히 짭짤한 육수와,

질기지도 않은 맛있는 면발까지 체크하고 나

짬뽕을 먹을 준비가 되었다!


면과 국물을 흡입하며

짬뽕 안에 있는 채소까지 섭취해 주면,

그야말로 중식이 갖출 수 있는

얼큰함의 정석 식사가 된다.


오늘 이참에는

짬뽕을 질리도록 먹자! 해서

짬뽕 곱빼기를 주문해서 먹었다.

위에서 언급한 짬뽕 상태를 살피고 나서,

너무 만족한 나머지

곱빼기를 거의 다 먹고야 말았다.


와, 실컷 먹었다.

이젠 질렸으니 그만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그릇을 치우며,

이제 당분간은 먹지 말아야지 생각했지만.....


픽사베이


어김없이 짬뽕 글을 적으며 군침이 도는 건

아직도 짬뽕이 가진 맛에 빠져있나 보다.


면을 먹고, 채소를 먹고 국물까지 크!

그렇게 갖추는 나만의 정석적인 비법을 알고 나면,

그 즐거움을 알기에 쉽게 놓을 수가 없다.

이러면 대체함을 찾기가 어렵다. 이 즐거움은 짬뽕에서만 나오니까.

특히, 이 이상적인 짬뽕에서만.


요즘은 너무 많이 먹었으니,

다음에 먹어야지. 다음에도 또 이 짬뽕을 먹어야지.


대체하지 않고

그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이제는 대체를 찾아야 되던

내 취미가 생각나기도 했다.

대체를 찾아야 되었던, 씁쓸한 마음도 생각이 났다.


그래도 짬뽕이라는 건 대체가 없어서

다행인 거 같아.

하지만 이상적인 짬뽕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다.


오늘 먹은 짬뽕을 떠올리며,

대체하지 않아도 됨을 감사한다.


내 글도 대체할 수 없는 글이 되었으면,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그리고, 무언가를

대체해야 된다는 심정을 이제는 가지지 말았으면.

짬뽕 국물을 휘적거리고는 한 입 삼키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이 글을 적으며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상적인 음식에 대한 대체의 고찰.

음식을 가장한 대체함에 대한 고찰.

뭐, 그런 거라고.


엄마, 나 그 짬뽕집 좀 자세히 알려줘!


다음에는 배달이 아니라,

엄마가 얘기한 짬뽕집에 가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 글을 마쳐본다.


내일 또 먹고 싶은데,

밥 먹으라고 엄마한테 혼나겠지?

라고 생각하는 건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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