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
오늘은
학식으로 카레를 먹었다.
내가 먹는 식당에서 유명한 메뉴가
꽤 많은데,
그 중에서도 요즘 눈에 띄는 건
카레이다.
카레를 받고서,
아무 생각 없이 먹으려던 도중
소세지가 눈에 띄었다.
눈에 띈 소세지를 한 입 베어물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맛 본
밋밋한 소세지의 맛
뽀드득-
그래, 이 맛은.
삶아서 데쳐야만 나는,
그런 묘한 뽀드득 식감의 소세지였다.
뜻밖에 만난 소세지에
천천히 씹으며 생각했다.
아, 진짜 오랜만이다.
뽀드득 소세지.
카레를 먹으며,
특히 소세지를 씹으면서
나는 8살 때로 잠시 돌아왔다.
어린 나는,
비엔나 소세지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래서 엄마나 아빠를 졸라서
마트에 갈 때면
비엔나 소세지를 사달라고 하였다.
엄마 아빠 모두
군말 없이 사주셨지만,
정작 요리는 두 분 모두 정반대였다.
뽀드득 소세지는 아빠의 작품이었다.
비엔나 소세지에 있는 껍질과
겉에 있는 것들이
해롭다는 이슈가 많이 화제가 되어서,
아빠는 비엔나 소세지를 포함한
모-든 소세지를 뜨거운 물에
데쳐서 올려두었다.
언제나 집에 우다다 뛰어 들어와서
부엌을 살펴보면,
뜨거운 물에 데쳐진,
맛없는 뽀드득 소세지가
가득 담겨있었다.
"뭐야! 이거!
또 삶은 소쎄지잖아!"
그러면 아빠는 매번,
언제나 이렇게 말했다.
"삶아야 건강에 좋은거야.
이 소세지에 얼마나 해로운 게 많은 줄 알아?"
그럴 때면,
핑- 하고 돌아서서는
방으로 돌아갔다.
아빠는 그런 나에게,
가끔은 기분 풀라며
소세지에 모양을 내주었다.
딱 저런 모양으로.
그러면 나는, 모양난 소세지를 바라보다가
한 입에 넣고,
뽀드득- 씹으며 삼켰다.
물론 언제나 케찹을 동반하였지만.
케찹과 뽀드득 소세지의 조합은 언제나 어울렸다.
평소 비엔나 소세지를 먹을 때
생각난 적도 없었는데.
이 뽀드득 식감을 맛 보니,
그제서야 떠올랐다.
삶아서, 데쳐서 맛이 없는 맹한 맛.
그렇지만 뽀드득하면서 씹히는 쫄깃한 맛이.
오늘 학식을 먹으며 잠시
어린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뽀드득 씹히는 맛 없는 소세지가
약간은 느끼한 카레와 맞물리니
조화로웠다.
그래서,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건강함을 챙기기 위해서는
한 번 더 무언가를 거쳐야 된다.
마치 뽀드득 소세지처럼.
뜨거운 물에 데치고, 건져내는 것처럼.
아,
나도 건강해지려고
뜨거운, 삶은 물에서 건져내지는 과정인가보다.
그러면 인생이 더 담백해지려나?
뽀드득.
쫄깃하고 건강도 챙기는 맛.
뽀드득.
그러나 맛은 없는.
건강과 맛이 비례할 수는 없나.
삶아서 뽀득해진 소세지를 씹으며,
뜨거운 물에 데치는 과정을 생각해본다.
건강해지려면
조금은 번거로울 것.
그리고,
쫄깃해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