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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떡믈리에 Sep 07. 2022

어느 모자를 만난 이야기

이촌 스마일 떡볶이에서




타인의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고 살던 김씨. 자기 도리를 다 하고 행복하게 살면 그것으로 족하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하는 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불명예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성에 비추어 평가했을 때 자신이 명예로운가 명예롭지 않은가에 있었던 것이지,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사회의 관습이 어떠한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그러던 그가 바뀐 것은 자녀가 태어난 이후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혹시라도 자신의 자녀에게 누가될까 걱정하기 시작했고 수십 년을 간직해온 그의 신념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정의와 부정의, 옳고 그름,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당황스럽지만 그렇게 되었다. 절기가 지나면 무더운 여름이 어느덧 가을로 변해있던 것처럼 자녀가 태어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 것이 바뀌었다. 게임의 룰이 달라졌다.


자녀가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 태어나는 것이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날 때 한 세상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그 태어난 생명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그 부모는 자녀의 탄생과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 부모는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과 작별하고 자기 자신보다 선순위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 때 비로소 사람은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한 무엇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물론 우리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등한시하거나 여전히 자신의 세상에 살고 자녀를 자기 인생의 부속이라든가

자기 과시를 위한 도구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목격한다. 여전히 자신의 행복이 자녀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그들은 자녀의 행복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자신의 행복을 자녀에게 강요한다.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고 있고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자주 가던 떡볶이집을 들렸다.


나는 떡볶이집 앞에서 한 모자를 보았다. 엄마는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아이에게 그런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며 단도리를 쳤고 왜 떡볶이를 먹으면 안 되는지 조근조근 설명을 했다. 울상이 된 아이는 팔 다리를 비틀며 투정을 부려봤지만 이내 곧 엄마에 이끌려 그 자리를 떠났다. 잡히지 않은 쪽 팔을 가동범위 한계까지 도전하며 뻣뻣하게 휘돌리는 모습이 짠하게 느껴졌다.


떡볶이집 안에서 또 한 모자를 보았다. 엄마는 조그만 앞접시에 생수를 받아와서는 떡볶이를 하나하나 열심히 씻어서 아이에게 주었다.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쫄깃한 떡볶이를 국수처럼 빨아 넘겼다. 꼭꼭 씹어 먹으라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떡볶이가 너무 맛있다면서 엄마도 떡볶이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떡볶이가 제일 맛있다고 말했다. 아이는 신이나서 큰 소리로 나중에 자신이 크면 엄마한테 매일매일 떡볶이를 사주겠다고 말했다.


이곳은 부내나는 이촌동의 훈내나는 떡볶이집 이촌 스마일 떡볶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간판 아래 평범한 외관의 가게이지만 꽤 오랜 전통을 가진 담백한 밀떡의 장인. 서울의 밀떡볶이를 논할 때 둘째 가라면 서러운 그 스마일 떡볶이가 바로 여기다. 떡볶이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둥근 어묵도 인상적이다.


떡볶이집의 안에서 밖에서, 떡볶이와 함께하든 함께하지 않든, 그렇게 부모는 자신의 세상을 지키고 가꾸며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떡볶이를 사주는 것도 사주지 않는 것도 부모의 사랑임은 잘 안다. '그렇다지만 이런 떡볶이라면 아까 그 아이에게 한 세상을 열어줄 수 있었을텐데.' 가게 앞에서 지나친 그 어머니에게 약간은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며 나는 오늘도 한 그릇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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