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마흔이 된 대치동 키드 K군, 딸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면서 도로변에 세워진 한 분식트럭을 발견하고 문득 과거를 회상해보았다. 90년대 초반,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때 우리는 짐승처럼 달리곤 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던 그때, 두툼한 가래떡 떡볶이를 푸짐하게 내주시던 분식트럭 사장님이 있었다. 장사를 마치고 돌아가시는 시간대가 되면, 사장님은 더욱더 인심 좋은 떨이 세일을 하시곤 했다. 분식트럭을 갔다 오는 길에 타이밍 좋게 세븐일레븐에 들르게 되면 무료 슬러쉬를 득템 하기도 했다.
같은 학원을 다니던 난이. 차마 널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그때, K군은 항상 그녀에게 츤츤거리며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떨이세일과 무료 슬러쉬는 수줍은 터프가이였던 사춘기의 그로서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전하는 단 하나의 창구였고 다행히 그녀는 단 한 번도 안 된다는 말이 없었다.
국어 시간에 함께 배웠던 작은 짐승. 언젠가 멋지게 그 애에게 읊조리고자 몇 날 며칠을 혼자 외워봤던가. 반배치고사가 그들을 갈라놓은 그 날까지 K군은 끝끝내 마음을 전하지 못하였지만 그의 마음 한 켠에는 항상 그녀가 피워준 꽃송이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며칠 전 티비에서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Definitely, Maybe , 2007년작)'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 영화에서 라이언 레이놀즈는 딸에게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딸은 사랑스런 눈빛으로 그 이야기를 들어주더라. 그는 생각했다. 그래. 나도 내 전부인 그녀에게언젠가, 수줍은 아빠의 사랑노래를, 이 시를 들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