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국수

어둠 그리고 장애견

by 무궁화

안약을 넣다가 또르륵 내 볼을 타고 안약이 흘러내렸다

세 방울째 흐르던 안약이 내 목덜미에 멈추었다


왈칵!


그만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무릎을 동그랗게 모으고 두 팔로 껴안으며 펑펑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희마하게 보이던 나의 왼쪽 눈에서 갑자기 안개가 덮인 듯 방 안의 사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 순간 내 가슴에서 북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살금살금 기어가 냉장고 속에 넣어두었던 안약들을 모조리 눈 안으로 흘러 넣었다

보이지 않는 오른쪽에서는 아무 감각이 없었다

그러나 왼쪽 눈에서는 아픈 감각을 느꼈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있다

내일 병원에 가면 괜찮아질 거야 라는 희망을 안고 주변을 정리했다

내 방에 구조가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천천히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자리에 물티슈와 화장지, 핸드폰 충전기, 물병, 연필과 공책을 두었다

정리를 하고 누웠다

안약이 잘못된 것일까?

모래알이 박힌 듯 시리고 따갑고 아렸다

나는 왼쪽 눈에 망막이 이상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눈물이 안약과 섞여서 철철 넘치고 있었다

20년을 희미한 왼쪽 눈에 의지해서 살아왔다

희미한 눈이었지만 감사했다


'아, 이 눈마저 가져가 버린다면...'


그때 침대 밑에서 장애견 무궁이 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더듬더듬 두 손을 움직여 내려가 물과 사료를 확인하려다가 그만 똥덩어리가 손안에 잡혔다


'밀크덩'


순간

아... 무궁이의 처지와 내 처지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허리부터 뒤 두 다리까지 감각이 없는 아이

사람에 의해 다치고 버려진 아이

그리고 기저귀를 차고 자야 하는 아이


아픈 눈에 신경 쓰느라 기저귀 채우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어쩌나!'


이 가여운 아이를 뿌연 안갯속에서 무궁이의 끙끙 거리는 소리도 내가 세상과 멀어져 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세상은 온통 어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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