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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러 서퍼 Jun 05. 2021

같은 바다, 날마다 매 순간 파도는 달라요.

달라서 재밌기도 하고 달라서 어렵기도 하고

  

  정말 해도 해도 모르겠는 서핑. 정말 너무 어려운 운동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 즐기는 경지에 이른 서퍼들이 존경스러운 요즘이다. 이렇게 고민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운동이 있을까? 보드 위를 사뿐사뿐 걸어 다니고, 깊은 턴으로 워터 스프레이를 뿌리는 시점은 나에게 올 수 있을까?


너무 힘들다 서핑.


- 바다 가야 해,

- 날씨는 쨍쨍 좋았으면 좋겠지만, 파도도 당연히 좋았으면 좋겠어,

- 또, 계절 별로 날씨 별로 입을 수 있는 부드럽고 좋은 수트, 나에게 맞는 서핑보드, (너무 비싸다.)


양양, 갯마을 롱비치 해변. 귀여운 피치 컬러의 싱글핀 롱보드를 타고 있다


 이 최선을 꿈꾸는 욕심을 채우려면 정말 끝도 없다. 백수가 아니고선, 그림같이 파도도 날씨도 좋은 날을 맞추는 것은 어렵고, 엄청난 부자가 아니고선 비싸디 비싼 서핑 용품들을 모두 좋은 품질의 것을 갖추는 것은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모든 탐욕을 털어버리고 이 모든 것을 초월해 보려 한다. 그리고, 파도를 탄다는 것에만 집중을 해본다. 무슨 보드를 타냐도 중요치 않고 무슨 수트를 입느냐도 중요치 않고 매번 더 좋은 것만 욕심내는 마음도 내려놓고 순수하게 서핑이라는 스포츠를 한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해 보려 한다.


중요한 것은, 그저 파도를 탄다는 것에만 집중했을 때에도 서핑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똑같은 파도는 없다."


모래로 형성된 해변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우리나라 서핑 스팟은 시시 각각 바다 지형이 바뀌고, 동해 해변에는 겨울이면 북동 스웰의 여름이면 남스웰의 파도가 들어와 계절별로 파도 스웰이 변하며, 바다의 지형이 시시 각각 바뀜에 따라 매번 해변에 형성되는 파도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래 사진이 같은 해변, 같은 장소의 너무나도 다른 사진이다.



- 좋은 예 -

21년도 5월 어느 하루, 양양 갯마을 에서, 파도도 날씨도 너무 좋았다. 정말로.


- 안 좋은 예 -

파도가 크면 조류도 강한법. 키만한 거품 파도에 고통의 라인업이 예상되는 20년도의 어느 날


  2015년에 서핑을 처음 입문했고, 2016년도 이후로는 양양 갯마을에 자리 잡은 샵을 거점으로 서핑하고 있다. 그럼, 어느덧 21년도인 지금 6년이나 한 스팟을 주된 곳으로 서핑을 해온 것이다. 같이 서핑을 하는 친구들끼리는 종종 얘기한다.


" 2019년도 여름이 진짜 좋았는데, "

" 남애3리 방파제 공사하고 나서 파도가 달라진 거 같아요 "


  같은 해변이어도 매년 매 순간 느끼는 파도가 다르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최근 글 쓴 웨이브파크만 하더라도 정말 정답지와 같은 파도가 공장처럼 밀려오지만, 똑같은 파도만 탄다는 것은 서핑하는 사람으로서 멋지지 않달까(?) 하는 생각이고, 분에 넘치게도 지루하단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바다에서 그중 재미난 파도를 마주했을 때 그 럭키함에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이런 행복한 기억으로 계속 바다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때 "그래 이래야 갯마을이지!"라고 환호하며 그 간의 재앙의 파도들을 기억 너머로 지워버리는 정신 승리가 빈번하기도 하다. 하지만, 서핑하면서 느끼는 것은 갯마을 파도는 어렵다. 어떤 파도에도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 잘 타는 서퍼라고 생각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아직 멀고도 먼 경지이다. 날 서고 빠르게 브레이크 되는 파도는 시도하는 것도 겁이 나기 때문이다. 시도할 수 있지만, 빵 하고 깨져버리는 저 덤프 속으로 내가 들어갈 생각만 해도 겁이 난다. 서핑이라는 다이나믹한 스포츠를 하면서도 물에 빠지는 것이 무서운 아이러니를 이 글을 읽는 몇 서퍼들은 알 것이다. 서핑은 크고 단단한 보드와 함께하는 스포츠이기에, 단순히 물에 빠져도 그 크고 단단한 보드와 함께 빠진다는 것을 경시해서는 안된다. 큰 부상의 위험이 있다는 것.


  30대에 접어들면서, 요새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사람 관계에서도 업무 영역에서도. 특히 힘들었던 시기에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서핑을 하러 갔을 때, 파도조차도 야속하게 멋대로인 날이 있다. 너무 속상했다. 아무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내 취미로 내가 하는 운동도 내 멋대로 안 되는 데 이렇게 까지 안될 일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울상으로 서핑하는 날도 많지만, 또 어떤 날은 잇몸 만개하게 웃으면서 서핑하는 날도 있더라. 매일이, 매사가 다 좋아야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하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결과만이 아닌 과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배워가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날이다.


21년도 6월 하루 종일 웃으며 서핑했던 날을 회상하며, 안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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