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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러 서퍼 Feb 22. 2021

파도 예측 앱, 윈드파인더 째려 보기(속지 않겠어!)

어제의 그림 같은 차트에 속지말라. 오늘과 어제는 다를 수 있음!

 왜 주말은 단 이틀인걸까? 그 끝자락이라 더더욱 우울해지는 일요일 밤이다. 월요일 시작만으로도 막막한데 금요일까지 그 간의 하루를 겹겹이 쌓아내야 비로서 그 다음 주말이다. 가장 행복한 것은 축 늘어질 수 있는 자유이다. 내일 때문에 12시의 신데렐라 같은 시간 강박도 없다. 금요일의 마무리 퇴근으로 시작되는 느긋한 샤워와 포근한 새 잠옷으로도 충분하지만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고심에 고심으로 와인을 고른다. 보통 금요일은 강하게 그리고 되도록이면 무겁게, 풀바디가 좋다. 화이트는 낄 틈이 없게 쓰디 쓰고 무거운 레드로 골라 낸다. 이후는 뭐 무질서하다. 넷플릭스의 늪에 빠진들, 책을 읽든, 음악을 듣든 뭔들!

최애 조합, 밍밍한 빈땅에 짜파게티의 클래식함이란.


 이렇게 주말의 시작을 (알코올 가득 채워) 온전하게 즐기는 나는 아이러닉하게도 월요일부터 매일 파도 차트를 째려본다. 주말의 차트를 습관처럼 매일 체크한다. 월요일, 월요일에 본 주말 차트가 심상치 않다. 아름다운 10초. 피리어드는 10초에 수요일 부터 주욱 주말 넘어 까지 북스웰이다. 주말 전후로 양양으로의 파도 스웰이 유지되면서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장간격의 피리어드는 주말까지 보장되는 듯 하다. 이는 무조건 "고 투 양양"이란 얘기. 물론, 친구들도 같이 호들갑이다. 금요일 반차 쓰고 퇴근하겠다느니, 월요일 연차각이라느니. 그리고 화요일 수요일 연이어도 계속해서 차트를 째려보지만, 슬프게도 주말이 다가올수록 차트는 현실적이다. 위의 차트는 환상에 불과하다, 파도 간격이 길고 바람 없는 적절한 파고의 차트를 양양에서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월요일의 피리어드는 온데간데 없고, 바람 터진 5~6초의 산같은 파고의 재난의 차트로 바뀔 때도있다. 하지만 흔치않게도 최근 아름다움을 유지한 사례가 있었다. 아래는 얼마 지나지 않은 2월을 여는 유혹의 차트였다. (이에 홀려 갔고, 물치의 행복..그립다 지난 물치 트립)


21/1/29(금) 11s 피리어드에 1.6m 작아지는 차트. 뒤따르는 토요일/일요일은 파고도 1미터 정도에 이 피리어드 8~10초의 기가 막힌 차트가 예상 된다.



※ 파도 차트 읽는 법

위의 사진처럼 매주 App "Windfinder" 를 이용해서 가까운 시일 내의 파도 예측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래의 4가지 정도이다.

 ① 스웰 : 파도의 방향 ② 피리어드 : 피크 파도와 파도와의 간격 ③ 파고 : 파도의 높이 ④바람의 세기

(제품설명서 처럼 위의 차트에서 어떻게 하나하나를 볼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지만, 해당 설명은 유튜브에 널렸으니 스킵하겠다.)


양양 관점에서 좋은 차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생각한다.

① 스웰 : 가을 봄 겨울에 주로 들어오는 북스웰 차트가 양양의 정차트이다. 북동 스웰이라고 표현하나 일부 해변은 남동 스웰도 잘 받는 스팟도 있다. 내가 주로 서핑하는 갯마을해변은 올해 여름 동스웰(유사한 남동스웰도)에 양질의 파도를 선물 해주었다.

② 피리어드 : 애증이지만 노말한 양양은 6s 정도의 피리어드를 가지지만 정말 간혹 8s 이상의 차트가 찍힌다. 6초가 평범한 양양에서 마주하는 피리어드고, 롱보드 스팟으로 유명한 해외의 스팟은 주로 9초 이상의 피리어드를 가진다. 파고에 맞는 적절한 피리어드가 중요하다. 태풍같은 2미터급의 파도와 10초이상의 피리어드는 쓰나미를 연상케 하는 바다를 보여주지만 허리높이의 0.6m 파고도 10초 피리어드라면 좌르르 그림같은 파도를 마주할 수 있다.

③ 파고 : 보통 1미터 정도면 모두가 재미있을 수 있는 높이의 파도이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평균치에 해당하는 파고를 보여주지만 "세트"라고 표현하는 extraordinary 한 순간의 응집된 에너지의 세트 파도는 그 이상이다. 1미터 차트라면 세트 파도는 내 키를 웃도는 파고에 극한의 통돌이를 경험 시켜 줄 수있을 것이다.

별거 아니여 보이지만 눈 앞에서는 키 이상의 파도가 나를 향해 돌진, 어마무시한 조류에 보드도 나도 어딘지 모를 지경으로 간만의 라인업 실패의 쓰라린 기억
2020년도 발리. 파도에 먹히기 직전. 2미터 차트였을 텐데 거품 타다가 어쩌다 라인업 성공해서 죽음의 통돌이가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④ 바람의 세기 : 파도가 높은 날은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다. 당연히 태풍 전야처럼 흐린 그 날은 바람도 터진다. 바람이 세면 파고와 피리어드는 의미가 없다. 재난 영화처럼 사방에서 파도가 휘몰아 치고 서핑할 매끈한 파도 면은 형성 되지 않고 지글지글거리는 면이 생성되는 날이다.  


물론 이런 외부 환경에 제약을 받더라도 극복해 낼 수 있는 고수 서퍼라면 위의 나의 좋은 차트의 기준은 무색할 수 있다. 나와 달리 고수의 서퍼라면 파고와 무관하게 무릎 높이의 파도라도 영화속에서나 볼법한 우아한 로깅의 롱보드 바이브를 온 몸으로 뿜어낼 것이다.   


 위의 시작부 글머리처럼, 나는 주말의 시작을 울리는 그 여유로움을 좋아하고 이것이 주말 서퍼로써 양양을 가더라도 금요일 저녁이 아닌 토요일 새벽 출발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아이러닉하게도 금요일의 여유를 즐긴다며 미뤘던 양양행은 결국 다음 날의 양양행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온전하게 여유롭진 못하다. 조삼모사이다. 내일의 새벽의 고통을 금요일 저녁에 미뤄두었을 뿐이다. 누가 나를 양양으로 순간이동 시켜줬으면! 이 소원을 빌기 전에 내일의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의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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