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보단 봄. 봄보단 여름.
서핑을 하기 전에는 나에게 여름은 매력적인 계절이 아니었다. 나는 여름의 매력은 생소했고, 내가 경험하는 여름은 그저 너무 더웠다. 딱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하루 일상에서 땀이 났고, 무슨 옷을 입어도 나의 결벽을 위해서는 매일 세탁을 해야 하는 귀찮음만 가득한 계절이었다. 하지만, 서핑을 시작하고 여름의 햇살을 즐기는 법을 알아버린 나는 봄비가 내리는 지금 올해도 여름을 기다린다.
여름은 정말 덥지만, 바다를 눈앞에 두었다면 더위는 중요치 않다.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맥주를 가득 채웠고, (스파클링 와인도 너무 잘 어울린다) 더우면 차디찬 바당이 기다린다. 물에서 놀다 지쳤다면, 책 한 권과 함께면 금방 몸은 마른다. 이 나른함에서 오는 느긋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얘기에 분명히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이 재미를 알게 된 것은 오롯이 서핑을 함으로써 이다. 이전의 글을 읽었다면 알 수 있듯이 여름에도 양양 바다는 춥다. 그렇지만 여름은 매~우 덥다. 추워 나왔더라도 잠깐의 시간만 가져도 몸은 금세 따끈할 것이다. 마다의 계절이 선물하는 자연이 있다. 겨울엔 매섭지만 매운맛의 파도를 선물하고, 여름엔 순한 맛이다. 하하. 여유를 선물한다.(여유롭다. 파도 안 오니까..)
요새 개인적인 다른 준비로, 바다에 갈 수 없다. 다른 집중할 일이 있기에 서핑은 한 발자국 뒤로 했지만, 봄이 찾아왔고 조금만 더 있으면 여름이다. 곧 함께할 초당 옥수수, 곧 함께 할 여름 바당. 봄이 빨리 가고 여름이 오길 기다리는 토요일 밤 글이다.
코로나로 어디도 갈 수 없는 갇힌 세상의 지금. 좋았던 여름의 기억을 나누어 보려한다. 작년엔 꼼짝없이 양양, 제주도 바다가 나에게 여름의 기억이다. 좋다. 제주도도 양양도 정말 매력있는 곳이지만, 나는 그래도 그립더라. 포르투갈 남부. 지중해 해변의 기억. 그린와인 모래에 투박하게 꽂아 두고, 말린 무화과를 꺼내 먹었다. 무화과는 원래 너무 좋아하는 과일이었지만,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동그랗게 말려져 있는 무화과를 접했다.(* 그린와인은 포르투갈에서만 생산하는 와인으로, 잘 모르지만 덜익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다. 떫은 맛이 주는 가벼운 드라이함과 살짝의 청포도같은 달큼함. 그리고 햇빛에 비추었을 때 무지개 색으로 그려지는 영롱한 옅은 초록빛. 포르투갈 바다가 그리운 건지 그린 와인이 그리운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