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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짝사랑 06화

제 6 화. 흔들리는 마음

- 마음의 저울

by 만을고옴

그날 밤, 김사랑나오직의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여전히 나오직의 이름이 떠 있었지만, 그녀는 차마 다시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은 이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음이 밀려왔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머릿속에는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남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돈 많고…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해 보였던 그들은 모두 그녀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들은 그녀의 외모나 배경에만 관심을 가질 뿐, 진정으로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았다.

반면 나오직은 달랐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작은 변화에도 귀 기울였고, 그녀가 힘들 때면 말없이 곁을 지켜주었다.

그의 사랑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묵묵하고 따뜻했다.

김사랑은 자신이 그동안 쫓았던 '이상형'이라는 것이 사실은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웠다.

마음속 저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쪽에는 그녀가 꿈꾸던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이, 다른 한쪽에는 나오직의 진심 어린 마음이 놓여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김사랑은 평소와 달리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갔다.

나오직은 그녀를 보자마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사랑아, 어제 괜찮았어? 혹시 내가 전화해서 불편한거야? 목소리가 안 좋아서 걱정돼서 그랬는데…"


나오직의 진심 어린 걱정에 김사랑은 순간 울컥했지만, 애써 표정을 감췄다.


"아니야,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그녀는 나오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의 순수한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따뜻한 마음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날 오후, 넷은 도서관에서 함께 과제를 하기로 했다.

오지랖 순아름은 나란히 앉아 속삭이며 웃었고, 나오직김사랑의 옆에 앉아 그녀가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거나, 어려운 부분을 설명해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나오직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겼을 김사랑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녀는 나오직이 건네는 자료 하나하나에, 그의 설명 한마디 한마디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했다.

김사랑은 문득 나오직의 손을 쳐다봤다.

그의 손은 크고 투박했지만, 그녀에게는 언제나 따뜻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나오직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오직… 고마워."


나오직김사랑의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란 듯 그녀를 쳐다봤다.


"뭐가? 뭘 고마워?"


"그냥… 다 고마워. 항상 옆에서 도와줘서."


김사랑의 진심 어린 말에 나오직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그녀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린 듯했다.

그의 눈빛에는 기쁨과 함께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

그날 이후, 김사랑은 미팅이나 소개팅에 나가는 횟수를 줄였다.

그녀는 더 이상 '이상형'이라는 허상에 매달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나오직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의 우직함, 헌신적인 태도, 그리고 자신을 향한 변함없는 마음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그녀는 나오직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사랑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그녀의 '이상형'에 대한 기준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나오직의 진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망설임 속에서 그를 외면하게 되는건지, 흔들리는 마음의 저울은 아직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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