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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짝사랑 07화

제 7 화. 낯선 감정

- 감정의 파동선

by 만을고옴

김사랑의 마음속 저울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 진폭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녀는 나오직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단순한 '고마움'을 넘어선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존재가 더 이상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옆에 없으면 왠지 모르게 허전하고 불안했다.

그녀는 나오직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조심스러운 눈빛,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먼저 챙기는 배려심.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속에 낯선 파동을 일으켰다.

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쫓았던 '이상형'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 깨달았다.

외모, 학벌, 직업… 그런 껍데기들은 결국 공허함만을 남겼다.

하지만 나오직은 달랐다.

그는 그녀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고, 그녀의 가장 힘든 순간에도 묵묵히 곁을 지켜주었다.


"사랑아, 오늘 수업 끝나고 도서관 갈 거야? 같이 갈까?"


나오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사랑은 순간 망설였다.

평소 같으면 "응, 그래" 하고 무심하게 대답했겠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 응. 그래. 같이 가자."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둘 사이에는 어색하지만 묘한 설렘이 감돌았다.

나오직은 평소처럼 그녀의 보폭에 맞춰 걸었고, 그녀가 무심코 흘린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귀 기울였다.

김사랑은 그런 나오직의 모습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해왔는지 깨달았다.

완벽한 이상형을 찾아 헤매는 동안, 그녀는 정작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오지랖순아름은 그런 김사랑의 변화를 눈치채고 말았다.

특히 순아름김사랑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기에 그녀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랑아, 너 요즘 나오직이 좀 달라 보이지 않아?"


순아름이 장난스럽게 김사랑을 툭 쳤다.

김사랑은 뜨끔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뭐가? 그냥 똑같지 뭐."


"에이, 거짓말! 너 요즘 나오직 얘기만 나오면 얼굴 빨개지는 거 알아? 그리고 예전에는 나오직이 뭐 해주면 당연하게 여겼는데, 요즘은 고맙다고도 하고. 많이 변했어, 김사랑!"


순아름의 말에 김사랑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본 순아름의 말에 부인할 수 없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나오직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과연 '사랑'일까? 아니면 그저 '익숙함'과 '편안함'일까?

나오직 역시 김사랑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눈을 마주치며 웃어줄 때마다 그의 심장은 쿵쾅거렸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러웠다.

지난 시간 동안 그녀에게 수없이 거절당하고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는 쉽사리 희망을 품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변화는 그에게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어느 날, 김사랑은 전공 과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복잡한 통계 분석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리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던 그때, 나오직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사랑아, 혹시 이 부분 때문에 고민이야? 내가 좀 도와줄까?"


나오직은 컴퓨터정보과 학생답게 통계 프로그램에 능숙했다.

그는 김사랑의 노트북 화면을 보더니 능숙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를 빠르게 움직였고, 복잡했던 수치들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김사랑은 그의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몇 시간을 붙잡고 씨름했던 문제가 그의 손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해결되는 것을 보며, 그녀는 나오직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했다.


"와… 나오직,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


김사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오직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내가 전공이라서 좀 익숙해서 그래."


그 순간, 김사랑나오직이 그저 '착한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만의 능력과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그의 진심만을 보고 그의 다른 면모를 보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의 옆에 앉아 그가 과제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김사랑의 마음속에는 낯선 감정의 파동이 더욱 강하게 일렁였다.

그녀의 마음속 저울은 이제 나오직 쪽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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