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저한테 연락하세요.

- 촬영장비

by 만을고옴

금요일 밤늦게까지 배송을 하고 몸이 많이 무겁다.

곤히 잠든 토요일 아침 벨이 울린다.

시간은 새벽 6시 30분.

화물오더 콜의 벨이었다.

일단 무거운 눈꺼풀을 있는 힘껏 올리고, 오더 내용을 본다.

상차지 오전 7시 30분까지 도착이고, 촬영 장비이다.

내비게이션으로 시간을 확인한 후, 대충 양치하고 옷 입고 길을 나선다.

혹시 늦을까 하고, 서둘러 상차지로 이동한다.

북악터널 지나기 전에 자리하고 있는 국민대학교 후문으로 간다.

길을 잘못 들까 접수자의 친절한 전화가 오고, 다시 한번 상차 지를 확인 후 그곳으로 이동한다.

국민대학교, 북악산을 끼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학교이다.

자연경관도 뛰어나고, 북악 SKY에 오르기도 괜찮은 장소이다.

후문 쪽으로 이동을 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전화를 하고, 재확인하고 나서야 상차 스팟이 또렷해졌다.

아직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촬영 장비들.

오더에는 본인들이 직접 상차이지만, 그냥 보기만 하기에는 답답할 정도로 시간을 잡아먹을 것 같다.

일일이 차 앞에 갖다 주는 장비들을 내가 알아서 차에 일일이 쌓고 또 쌓았다.

쌓다 보니 싣고 갈 양도 많다.

앞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지 않았다면 전부 싣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 보면 너무 귀하게 자란 티가 팍팍 난다.

어찌 보면 눈치가 없다라고나 할까~~?

나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모 시키실 때마다 답답하다고, 빠릿빠릿하게 행동하라고 그렇게 꾸중을 들어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촬영장비를 옮기고 있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속으론 너무 답답했다.

느그적 느그적 거리는 행동들과, 전혀 바쁜 감 없는 모습들...

그 여러 명이서 물건 싣는 데에만 30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물건을 다 싣고 하차지로 향했다.

하차지로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일단 물건들을 내리기만 하면 되어서, 내가 화물칸에 올라가 하차해 주었다.

촬영 장비는 하차한 장소에서 그 소임을 다하고 다시 상차지로 이동한다.

그래서 물건 다 내리는 찰나에 접수자가 누군지 찾아본다.


"혹시 접수한신 분이 누구세요?"


접수자를 찾아서 부탁의 말을 한다.


"촬영 끝나면, 다시 상차지로 돌아갈 때 다이렉트로 전화 주세요"


"네, 전화드릴게요"


전화 오면 좋고, 안 와도 별로 상관은 없다.

아무 기대 없이 콜을 잡고 오늘 하루도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저녁 늦게 문자 하나가 와있다.

주일 오후 11시에 와달라는 문자였다.


주일이 되었다.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집에 와 조금 쉬고 있을 때였다.

접수자에게 또 문자가 왔다.

오후 11시 30분으로 변경되었단다.

알았다고 하고, 자꾸 시간 바뀌면 할증 붙는다고 답변을 했다.

조금 있다 문자가 또 왔다.

새벽 3시에는 괜찮냐며, 너무 야간이라 4만 원 올려준다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 초 저녁부터 잠을 청한다.

어찌하더냐, 잠이 안 온다.

뜬 눈으로 시계만 바라보다, 끝내 일어나 새벽 2시 될 때까지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2시에 천천히 출발해, 새벽 2시 30분 상차지에 차를 세워 기다린다.

새벽 3시가 될 즈음, 문자 하나가 온다.

조금만 더 기다리셔야 될 것 같다고.

새벽 3시 30분 한 명이 물건을 들고 나온다.

물건 하나를 겨우 싣는다. 그리고 또 조용한 정적만 흐른 지 10분.

물건을 하나씩 하나씩 느그적 거리며 내려온다.

그 많은 대학생들이 다 같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어느 무리에서나 똑같이 뺀질거리는 자가 한 명씩은 꼭 있다.

한껏 멋 부리고 온 남학생은 물건을 옮기는 건지, 노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촬영이 학교과제라고 들었는데, 조별과제 할 때 뺀질뺀질하고, 도움이 안 되는 인원 한두 명은 있질 않던가~?

역시 열심히 하는 친구들만 열심히 하고, 말만 뻔지릇이 하는 친구들은 몸일 같은 건 하지 않으려 한다.

어찌어찌해서 물건을 다 실었다.

전보다 물건이 더 많은 듯하다.

이 장비들 다 싣는 데만, 2시간 족히 걸린 듯하다.

하차지에 물건들을 다 내려놓고, 집에 돌아와 보니 새벽 6시 즈음이고 해는 벌써 환했다.

아침의 월요일은 회사에서 모두 연차 내고 쉬라고 한날이다.

1시간 자고, 집사람, 우리 아기들 직장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밥 먹고 10시 즈음 화물일 하러 나갔다.

3개 정도 화물 운송 수행을 했다.

그날의 월요일은 일이 별로 없다.

오후 늦게 되니 자꾸 피곤이 올라왔다.

눈이 자꾸만 감기고, 머리는 더욱 멍해졌다.

일도 많지도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씻고 쓰러져 기절을 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금요일 오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도중, 문자 하나가 왔다.

그때의 국민대학교 촬영장비 접수자 학생이었다.

토요일 8시 상차 하차지 이동에서 그날 오후 11시에 역으로 운송해 달란다.

난 접수자에게 전화를 했다.


"일단 물건이 준비가 다 되어 있어야 하고요, 전번에 싣는데 시간이 너무 오버되어서 다음 스케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준비는 다 해주세요. 요금은 각각 전보다 1만 원 더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또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 각각 만원을 추가해서 요금 알렸다

그 대학생은 그렇게 하자고 승낙을 했다.

난 속으로 돈 벌 생각에 들떠 흥얼거렸다.

퇴근하기 한 시간 전에 문자 하나가 또 온다. 또 그접수자다.


문자의 내용은 촬영이 취소가 되어, 화물운송 취소를 해야 한단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메세지와 함께.

혹시 내가 괜히 만원을 추가해서 그랬나~???

씁쓸한 마음으로 퇴근 시간에 화물오더를 본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회사에 화물차를 몰고 왔었다.

상차지가 가깝고, 집으로 가는길을 경유 하는 오더가 없다.

운전하면서 오더를 잡기로 마음먹고 출발한다.

강남까지 왔지만, 오더가 좀처럼 뜨질 않는다.

그만큼 일이 없다는 것이다.

몸이 천근 만근 피곤하기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큰 아들이 한강으로 놀러 가잔다.

뚜식이 애니메이션에서 한강에서 돗자리 펴고 치킨을 먹는 장면을 보고, 본인이 따라하고 싶었나 보다.

다음날 토요일 아침, 일기예상과는 다르게 비는커녕 하늘이 너무나 맑고 습했다.

화물오더를 확인했지만,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래 오늘 하루 쉬자...


"아들 뭐 하고 싶어?"


집사람이 한강에서 유람선 타자한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금일 오후 2시 탑승권을 끊고, 한강으로 달려갔다.

날씨는 정말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였다.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한강을 유람했다.

애들에게 배 갑판으로 가서, 갈매기 새우깡 주자고 설득했는데, 더워서 싫단다.

나 혼자 갑판에 서서 갈매기를 향해 새우깡을 들었다.

갈매기가 더위를 먹었나???

그렇게 식욕 없는 갈매기들을 처음 본 거 같다.

보기만 하고 날아오 질 않는다.

그 새우깡 내 입에 넣고 선내 안으로 들어왔다.

선내에만 있었던 유람이었지만, 우리 아이들과 집사람은 그래도 즐거웠단다.

마음이 한껏 가볍고 좋다.

집에 돌아갈때, 시청 쪽 북악산 쪽의 시내도로로 드라이브 할 겸, 돌아 돌아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소고기 부챗살의 스테이크를 맛나게 구워서 먹었다.

오늘도 행복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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