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쓰레기 냄새의 진동
토요일 아침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뻐근한 몸을 이윽고 일으킨다.
우리 두 남매의 한바탕 웃음소리에 잠을 깼다.
일찍 일어난 남매들은 즐겨보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가식 없는 웃음소리가 언제가 정겹다.
일어나자마자 준비했다는 듯이, 우리 마눌님께서 우유에 포스트 코코볼을 타서 준다.
가부장적인 남편이라면, 따뜻한 밥 안 차려 오고 뭐하냐 대뜸 화부터 내겠지만, 나는 자상한 남편이고, 챙겨주는 게 어디냐 싶어 감사히 맛있게 먹는다.
"여보 잘 먹었어~~ 히히"
내가 마눌님에게 미움받지 않으려면 눈치 있는 아부는 옵션이다.
오늘도 화물일을 할까? 아니면 쉴까?
요즘 경기가 안 좋은 바람에 일거리가 조금 적어진 느낌이 있다.
일단, 폰에 화물오더 어플을 ON 한 뒤 있으면 하고 없으면 쉬자라고 맘먹은 뒤 커피 한잔 맛나게 얼음 타서 먹었다.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오더를 보니 의정부 시내를 이동하는 화물의 오더이다.
7만 원 가격도 나쁘지 않다.
오전 10시 50분까지 상차지에 도착하면 된다.
하차지도 그 근처이다.
일단 빨리 양치질을 하고, 대충 옷을 입고 밖에 나선다.
화물차에 시동을 걸고 화주님이 기다리는 곳으로 출발한다.
화물주에게 전화를 한다.
외국인이다.
한국말을 잘 못하니 문자로 달란다.
한국 휴대폰이 안 되는 게 있을까?
통화 번역 어시스트 AI를 이용해 대화를 이어 나간다.
역시 좋은 세상이다.
상차지에 차를 대놓고, 수레를 끌고 화주가 기다리는 호실로 간다.
화물주가 준비해 놓은 물건들을 수레에 올린다.
다행히 물건이 수레 위로 한 번에 다 실어진다.
사뿐히 수레를 이끌고 내려와 화물차에 싣는다.
하차 지를 검색하니 여기서 6분 거리...
첫 화물부터 땡잡았다.
하차지에 차를 세우고, 자세히 살펴보니 1층정도의 계단 위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구조였다.
일단 사진을 찍었다.
화주님에게 사진을 보내어, 계단이 있는 바람에 추가 요금 만원을 요청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하셨다.
빨리 계좌번호를 보내고 만원부탁드린다고 문자를 보냈다.
물건 하나씩 엘리베이터 있는 쪽으로 옮기고, 그 위치에서 다시 수레에 물건을 하나씩 차곡차곡 올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을 보니 너무나 좁은 공간이다.
다시 수레에서 물건을 내리고, 차곡차곡 엘리베이터 공간에 들어가게끔 수레에 다시 싣는다.
다행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서 한 번에 물건을 올릴 수 있었다.
방까지 무사히 물건을 옮기고 처음 화물 오더수행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던 것은 1시간 만에 8만 원을 벌었다는 것이다.
날씨도 더운데 그냥 집에 들어가서 가족들 데리고 드라이브나 갈까?라는 딴생각이 드문드문 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가까운 거리에 오더가 알림이 울려 잡고 이동했다.
두 번째 오더, 작은 선반 운반하기였다.
노원구에서 중랑구까지 운송이다.
그래 이것만 하고 집에 갈까??
운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가까운 거리의 오더를 잡고, 상차지로 간다.
산업용 음식물쓰레기 통이란다.
화물로 이동하는 것이니 별 탈 없겠지 생각했다.
겉은 검은 때가 묻어있었으나 들어보니 내용물이 없어 잘 닦이었거니, 의심 없이 실었다.
노원에서 강북구로 이동하는 화물이었다.
하차지에 거의 도착하니 170m 근처에 6만 원짜리 이삿짐 오더가 뜬다.
의심 없이 바로 오더를 잡았다.
그리고 하차지에 그 음식쓰레기통을 내리는 순간 내 코를 의심했다.
내 화물차는 호루차였고, 안에는 통에서 나온 물들이 줄줄이 흐르고 있었고, 어시장에서 날듯한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단, 하차지 화주에게 걸레를 달라하고 재빨리 흐르는 물들을 닦았다.
이 비릿한 냄새는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막 잡은 이삿짐 오더로 상차지로 이동했다.
일단 화주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말했다.
본인이 내려와서 확인해 보겠단다.
이 비릿한 냄새 때문에 내화물 이용을 거절하셨다.
하~
어쩔 수 없다. 화물칸에서 비릿한 냄새가 진동하니 나 같아도 같은 마음이었을것이다.
오늘은 더 이상 화물일을 할 수가 없다.
바로 이전의 음식물쓰레기통의 화주에게 전화를 한다.
화내려고 하는 건 아니고, 이런 상황이 도래했으니 다음부터는 잘 씻어서 준비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냄새가 차에 배어서 도저히 오늘은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추가의 말을 웃으면서 차분하게 덧붙었다.
화물주가 미안하다고 계좌번호 알려달라 해서 1만 원을 더 받았다.
그 후 많은 물량의 오더들이 계속 알람을 울린다.
하지만 오늘은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집에 도착해서 화물칸의 자바라 호루를 접었다.
호루에도 약간의 냄새가 배었다.
쾌쾌하고 비릿한 냄새, 물티슈로 냄새나는 부분을 닦았지만, 냄새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자바라 호루를 접는 시간에만 한 30분 소요된다.
내 손과 핸드폰, 또 화물칸의 그물망, 이불 등에 냄새가 비릿하게 배였다.
셀프 세차장에 가서, 고압건으로 만원 넘게 돈을 써가며 냄새를 중화시키려 애를 썼다.
한 시간 정도 물을 뿌렸나 보다.
이불은 쓰레기종량봉투에 넣어 버렸다.
차 세차하고 정리하는데에 시간을 너무 할애해 버렸다.
시간은 벌써 저녁 6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 시간에 화물일 했으면, 돈 좀 더 벌었을 텐데.
그런 아쉬운 마음을 가지면서도, 더 좋은 일이 생기려나 하고 좋게 받아들였다.
언제가 그런 것 하나하나 우리 절대자님께서 나에게 다 보상해 주실지 모르는 일이니~~.....
아직도 내 손가락 끝엔 미세한 냄세가 나의 코를 지르지만, 오늘도 난 좋게 좋게 마무리하고, 또다시 희망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