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 독립적인 도덕적 지위를 부여한 대표적 이론으로 피터싱어는 '동물해방론'을 주장해 쾌고감수능력 '쾌락과 고통의 감수능력·sentience)'이 있으면 인간과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론을 펼쳤다. 그는 "인간이 느끼는 정도의 고통을 동물이 느낀다면 그들의 고통을 인간의 고통과 평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사람은 월급이 오르는 만큼 고통스러운 업무가 많아진다는 것을 알고, 강아지도 더 맛있는 간식을 위해 맨밥을 안 먹어서 혼나는 고통을 안다. 그런데도 사람은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힘겹게 토플 학원을 다니고, 강아지도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먹기 위해 눈에 샴푸가 들어가도 참고 목욕한다. 이렇게 뒤에 있을 쾌락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선호 공리주의'라고 부른다. (한겨레, 2021년 8월) 선호 공리주의자인 피터 싱어는 이러한 개념을 사람에게서 동물로 확대하자며 동물해방론을 주장했다.
동물권에 관한 공리주의적 사상을 전개하고 있는 철학자 피터 싱어
동물해방론 속 공리주의 철학은 이익평등의 원칙을 제시한다. 이는 어떤 윤리적 판단을 할 때 개인적이고 파당적인 관점을 넘어서 모든 사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원칙이다. 싱어는 이러한 원칙이 인간을 넘어 동물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공리주의는 ‘누구의 이익인가’와 무관하게, 감각 능력이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쾌락과 고통에 관한 이익은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도덕적 입장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존재들’이라는 범주 속에는 인간은 물론 동물들도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싱어는 사람 사이의 차별인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듯이, 사람과 동물 사이의 차별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길가의 돌이 사람의 발에 차이지 않게 하는 것이 돌의 이익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쾌고감수능력이 있는 존재여야만 이익을 따질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익은 평등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리가 강아지의 이익을 사람의 이익과 똑같이 대우하라는 것이 아니다. 강아지와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식탁에서 같이 먹는 것과, 사람이 개집에서 자면서 개밥을 먹는 것이 사람의 이익이 아니듯, 강아지의 이익은 강아지의 수준에서 평등하게 고려하면 충분하다. 물론 동물이 도덕적 지위를 갖지 못한다고 해서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 의미의 동물복지론은 인간이 책임 있는 자세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즉 인간사회에서 동물이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동물을 최대한 인도적으로 다루자는 입장이다. (피터 싱어 & 짐 메이슨. 2008. 『죽음의 밥상』. 함규진 역, 산책자.)
싱어는 인간의 고통을 동물의 고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종차별주의도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인종차별주의자와 성차별주의자들은 자신이 속한 인종과 성별의 이익을 우위에 둠으로써, 공리주의의 평등 원리와 ‘동등 배려의 원칙’을 위반한다. 인종차별주의자와 성차별주의자들은 다른 인종 혹은 다른 성과의 이익충돌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속한 인종과 성을 더 중요시함으로 이익평등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즉 백인 및 남성의 고통을 흑인이나 여성의 고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이 잘못인 것처럼, 종차별주의는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종의 이익을 옹호하면서 다른 종의 이익을 배척하는 편견 또는 왜곡된 태도를 말한다. 싱어는 어떤 존재가 평등한 대우 또는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의 유무'로 보았다. 언어와 지적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고통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적어도 이익을 갖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본 것이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면 이익평등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싱어는 동물실험에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공리주의적으로 판단했을 때 거기에서 얻은 인간의 이익이 동물의 이익보다 크고 중요하다면 동물실험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그 이익이 정말로 분명하게 크고 의미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만 한다. (최훈. 2012. 「동물의 도적적 지위와 종 차별주의」. 『인간동물문화』. 한국학술정보.)
싱어의 입장은 다른 존재의 이익을 무시하거나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제한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싱어의 동등 고려, 동등 배려의 원칙은 모든 종에 해당되는 도덕적 가치이다. 그러나 동시에 싱어의 도덕적 가치는 비인간동물의 본원적 가치에 집중하기보다, ‘고통의 감소’ 측면을 강조한다. 싱어는 도살 자체보다 동물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강조하고, 인간이 동물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는 고통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방식의 사육과 도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육식’을 용인한다. 이러한 이론적 바탕 위에서 그가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은, 동물을 학대하는 ‘공장식 축산업’을 규제하고, 윤리적 채식주의를 실현하여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