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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ONSU Oct 26. 2022

식용동물은 고통스럽게 죽여도 괜찮나요

고통 받지 않을 권리를 지닌 산천어: 동물윤리 담론


동물에 관한 윤리적 담론의 핵심은 동물이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며 학대와 고통을 받지 않아야 할 존재라는 점이다. 산천어축제에 관한 동물윤리 담론도 이와 같은 근거 하에 동물축제를 반대하고 중단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왔다. 산천어축제에 관한 윤리적 담론의 형성은 2018년 7월 7일 ‘동물축제 반대축제’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산천어 살리기 운동’을 통해 본격화되었다. 


반생태적, 반생명적 축제에 대한 대안으로 본 생명다양성재단은 <동물축제 반대축제>를 기획 및 개최하였다.

동물을 위한 행동, 시셰퍼드 코리아, 동물해방물결, 생명다양성재단, 동물구조 119 등 11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2019년 1월 5일 공동 기자회견 및 현장시위를 개최하며 산천어 축제에 대한 첫 번째 시민 행동을 전개하였으며, 2020년 1월 9일에는 산천어축제를 동물학대 행위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운동본부는 산천어가 고통을 지각할 수 있는 생명체이며 축제에서 고통받는 대상임을 밝혔다. 또한 산천어축제는 유희를 위해 집단 살상이 자행되는 현장이며, 비교육적, 반(反)생태적, 지속 불가능한 축제라고 주장하였다(동물을 위한 행동 홈페이지). 운동본부는 축제의 중단을 위해 국내외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Jane Goodall 등 생태전문가들의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산천어를 ‘고통을 받지 않을 권리를 지닌 존재’로 위치시켰다.

(Jane Goodall, 동물을위한행동 홈페이지)
“오늘 같은 시대에 여전히,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 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 끼치는 일입니다. (중략) 이제 우리는 과학을 통해서 압니다. 수많은 동물들이 슬픔, 우울, 두려움, 만족, 기쁨을 느낀다는 것과, 그 중에서도 고통은 거의 모든 종이 느낌을요. 저는 한국을 좋아하고, 수많은 한국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화천 산천어축제에 대해 알게 되어 슬픕니다. 얼음 아래 갇힌 수천 마리의 어류를 잡고 먹으며 즐긴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Jane Goodall
 

동물윤리 담론에서 산천어 축제의 산천어가 미끼를 무는 행위는 방류 전 수일 동안 굶겨진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행위로 읽혀진다. 산천어를 굶기는 이유는 산천어의 분비물을 최소화하고 입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산천어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행위는 산천어축제의 맥락에서는 ‘신선함’으로 표현되는 축제의 요소로 기능하지만 동물윤리 담론에서는 동물행동학이 설명하는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하지 못하는 질식의 과정’ 그 자체로 이해된다. 결국 산천어축제 현장에서 산천어의 행위는 고통의 표현으로 요약되는 것이다. 이는 곧 방문객의 폭력과 부정적인 감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과 연결되며 비판적 견해의 근거가 된다(권재현, 2020, 113-114). 동물윤리의 담론으로서 2020년 2월 6일 환경부 장관이 한 기자회견에서 산천어축제를 인간중심적이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부정적 견해를 밝히면서 산천어축제는 사회적 논의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중앙일보, 2020년 2월 19일자). 이후 정치권과 화천군청, 화천군민 등은 환경부 장관에 대한 비판에 나섰고,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천군의 ‘지역경제’를 살피지 못한 것에 사과하며 갈등은 일단락되었다. 산천어는 정치경제적 맥락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존재로, 동물윤리 담론에서는 생명권을 지닌 존재로 규정되며 존재론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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