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프 설혜씨와 함께 하는 박조김비 부부의 추석맞이 제주여행 셋째날- 올레
베프 설혜씨와 함께 하는 박조김비 부부의 추석맞이 제주여행 셋째날- 올레길 12코스(무릉외갓집 —> 용수포구)
오늘도 올레길을 걸을 것이기에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추석다음날이라 그런지 호텔 앞에 식당 문이 열려 있었다. 짝지는 북어콩나물해장국을 나는 순두부 찌개로 아침을 든든하게 채웠다. 숙소에서 짐을 다 정리해 9시정도에 차에 싣고 용수포구로 가서 차를 세워두고 택시를 불러 탔다. 택시로 25분 거리.
전날 11코스의 마지막 장소였던 무릉외갓집에서 출발 사진을 찍고 우의를 갖춰 입고 길을 걸었다. 비가 좀 와서 바지와 신발은 금방 젖어버렸다. 지갑과 차키는 가방에 다시 넣고 비에 젖을까봐 핸드폰은 겨드랑이에 끼고 걸었다. 10시즈음에 걷기 시작했으니 2시간정도는 비가 많이 내린 편 이었다. 부산 갈맷길이나 동해 해파랑길 걸을때면 비가오면 걷지 않았는데, 올레길을 이렇게 친구와 비를 맞고 걸으니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양말이 다 젖어 찝집하긴 했지만.
세개의 작은 오름을 오르는 것 말고는 대부분 평지였다. 녹남봉(96.9mm), 수월봉(78mm), 당산봉(145mm). 중간 휴식을 해야 하는데 비가 오니 아무곳이나 쉴수는 없어서 계속 걷다가 작은 정자가 있는 뿔소라공원에 와서 첫 휴식을 했다. 짝지는 발꼬락 양말 벗기가 어렵다고 신발만 벗었고 설혜씨도 신발만 벗었지만, 나는 양말까지 벗어 뽀송뽀송하게 발을 말렸다. 장시간 걸을때 신발을 벗어 쉬어주는게 휴식이 잘 된다.
수월봉부터는 관광지라 그런지 차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많았다. 마침 거기에 “제주 유일 델리만쥬 파는 곳” 이라고 적힌 상점이 있어서 델리만쥬를 샀는데, 적당히 따뜻하고 달달해서 에너지 충전과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되었다. 수월봉에서 출발하는 해안절벽을 끼는 산책로가 정말 멋졌다. 지오트레일 이라고 부르던데, 화산으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지형이었다. 중간에 일제시대때 일제가 군사용으로 만든 갱도 진지도 나오고 중간중간 구경꺼리가 많았다. 왼쪽으로는 멋진 차귀도가 보였다. 비가 온 날씨라 따뜻한 것이 먹고 싶었던 우리는 칼국수를 노래 불렀으나 “해물칼국수” 판다는 가게는 문이 닫혀 있었고 그 옆에 있는 가게로 가서 생선 정식을 먹었다.
설혜씨는 오늘 걸을때부터 스틱을 꺼내 걸었는데, 평상시 스틱 쓰는게 익숙치 않아서 잘 안 쓰셨는데 이번에 제대로 스틱과 친해졌다고 했다. 몸은 힘이 남아도는데, 발바닥만 아프다는 언발란스 상태가 이상했다고 했다. 식사를 다하고 절뚝거리는 걸음들로 남은 길을 나섰다. 마지막이 당산봉이었는데, 해안을 끼고 걷는 당산봉 산길의 모습도 정말 멋졌다. 왼쪽 바다 쪽에 차귀도를 끼고 걷다보니 차귀도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고, 해안의 풍경 또한 절경이었다.
드디어 우리가 출발할때 봤던 용수 성지(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기념관) 성당 건물이 보였다. 주차한 차에 도착한 우리는 털석 주저않아 바로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편한 신발로 갈아 신었다. 원래는 설혜씨도 장모님 집에서 함께 자기로 했으나 내향인인 설혜씨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취할 필요성을 느껴 제주여객선 터미널 주변의 숙소를 따로 잡아 혼자 쉬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오기전에 친구 혜미씨가 설혜씨에게 스타벅스 쿠폰을 줬다고 했다. 자신은 함께 못가지만, 제주가서 함께 먹으라고. 그렇게 마음을 써줬는데 피곤하다는 이유로 지나칠수는 없지. 우리는 스타벅스 협재점으로 향했다.
협재는 <제주사는 우리 엄마 복희씨> 책 작업을 한 곳이다. 그 당시의 나는 엄청나게 무기력한 심한 우울증 상태. 그때의 나는 제주를 전혀 즐기지 못했었는데…..지금의 나는 100%즐기고 있어서 스타벅스 창으로 보이는 협재 바닷가를 보며 그 사이의 이질감을 잠시 느껴보았다. 혜미씨가 선물해준 스타벅스 쿠폰으로 음료와 치즈케익을 먹고 서둘러 길을 떠났다. 숙소까지 데려다 줘도 되는데, 설혜씨는 제주 시내까지 들어가면 차가 너무 막힌다고 중간에 내려달라고 한 곳이 오라사거리. 우리는 거기서 다시 평대로 향했다. 가고 있는 중간에 설혜씨로부터 택시를 잘 탔다는 문자를 받고, 우리는 저녁 늦게 장모님 댁에 도착했다. 장모님이 차려주신 늦은 저녁을 먹고 샤워하고 9시정도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비를 맞고 걷는 경험도 이색적이었고, 비가 갠후의 화창한 제주바닷가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함께 걸은 설혜씨도 이렇게 오래 걸은 적도 없었다 했는데, 우리 부부에게도 두코스를 연달아 걸은 적은 처음이라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현재 우리 부부는 동해 해파랑길도 걷고 있어서 주말 토일에 해파랑길 두개를 걸어도 괜찮겠구나 경험한 날이기도 했다. 내년 설날 비행기표는 이미 끊어 놓아서 그때는 올레길 하나 걷고 하루 쉬고 올레길 걷고 이렇게 또 두개를 걸으면 될 거 같다.
제주를 온몸으로 즐긴 이틀의 트래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