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중소기업 - 중소기업 편 -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스펙을 자랑합니다. 영어, 컴퓨터, 해외 생활 경험까지... 수많은 경험과 스펙들이 있지만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어느 회사든지 자신들의 일에 필요한 스펙이 있고, 그에 맞는 스펙을 가진 사람을 뽑기 마련입니다. 사실일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인사가 그렇지만 애초에 '일 잘하는 신입'을 뽑는다는 건 '경력 있는 신입'을 구하겠다는 말이랑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스펙은 '변명거리'에 불과합니다. 혹시라도 뽑은 인원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빠르게 퇴사할 경우에, 왜 뽑았냐는 질문에 대해서 뽑은 이유가 명확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만일 '인재'를 뽑고 싶은 거라면 약간 봐야 하는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스펙을 쌓는 입장에서도 스펙을 쌓는 기준을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가장 망설여지는 부분은 누구의 입맛을 고려하며 써야 하는 가의 내적 갈등입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구직자'가 약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편에서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런 글들은 인기는 좋을지언정 도움은 되지 않는 편입니다. 맛있으면서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 좋은 거겠지만 대부분의 치킨이 몸에 안 좋은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이번 편은 중소기업의 관점에서 써볼 것입니다. '구직자'의 입장은 다음 편에서 다뤄보겠습니다.
기업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인사가 만사'라는 이야기입니다. 인사에 정답이 있다면 모두들 의심 없이 그 정답에 맞춰서 뽑을 겁니다. 심지어 준비하는 사람들도 그 정답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필요한 업무와 환경,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의 시너지도 다 다릅니다. 그래서 정답보다는 오답일 확률을 줄이는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그만큼 사람을 뽑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대기업 공채야 사람이 넘치니까 걸러내는 것이 문제라지만, 중소기업은 몇 명 오지도 않는데 그 안에서 '적어도 꽝은 뽑지 않아야 한다'라는 점이 참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의 이직률 문제는 중소기업의 박한 연봉과 복지 탓도 크지만 들어온 직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중소기업의 특성상 인사업무를 따로 보는 사람이 없고, 인재 채용에 대한 것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나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본인들이야 아니라고 우기겠지만 그저 '감'에 의지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교 졸업 자격요건에 영어가 있는 세대였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구나 토익이나 토플을 하고, 어느 정도의 영어를 합니다. 외국을 안 갔다 온 사람이 드물정 도로 외국 한 번씩은 다들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스펙들에 대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핵심은 '왜?'라는 부분입니다.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스펙을 '그냥' 쌓는 경우가 많습니다. 졸업을 위해서. 남들이 좋다고 해서. 지금 뜨는 자격증이라. 그때는 그게 좋을 줄 알아서. 생각보다 어떤 한 직업을 일관되게 바라보고 스펙을 쌓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아니 심지어는 한 직업을 바라보고 스펙은 쌓았는데 막상 그 직업에 대해서는 목표나 애정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애초에 그 직업 자체를 주변의 강요나 분위기에 의해서 결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스펙을 쌓다가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할 때가 돼서 정확히 방향을 못 잡고 있을 때 보통 중소기업에 지원서를 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에 들어온 스펙들은 보통 업무와 딱 맞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해보고 싶은 일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고, 일단 돈을 벌어야겠는데 몸 쓰는 일은 어려워서 지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와서 잘하는 케이스가 없는 건 아닙니다. '낭중지추'라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어딜 가도 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드문 케이스입니다. 어딘가에 코인으로 대박 났다는 사람은 꼭 있는 것처럼. 그런 케이스를 노리느니 조금 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계획과 준비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지 말입니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이력서가 아예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닙니다. 다만 좋은 이력서가 들어오는 일이 드물 뿐입니다. 만일 아예 이력서 지원이 없다면 구직 조건을 다시 살펴야 할 것입니다. 아예 지원하고 싶지 않게 해 놓은 것은 아닌지 말이죠.
디자인 인력을 뽑겠다고 공고를 내면 맞는 디자인 관련자는 반도 안 들어옵니다. 나머지는 '뭐라도 하겠습니다'라는 이력서라든가 '아무나 뽑아라'라는 이력서가 더 많습니다. 거기다 중소기업에 신입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뽑는다면 더욱 확률은 낮아집니다. 막말로 최저임금 기준이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랑 다를 게 없는데 그런다고 중소기업이 자신의 역량을 키워줄 거라는 기대는 대부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왕 이력서가 들어왔으니 이력서를 보고 그래도 '가능성'이라도 보이는 사람들을 불러서 면접을 보게 됩니다. 대기업처럼 정해진 일정이 없기 때문에 보통은 담당 팀장과 대표 등이 이력서를 한번 쓱 보고 부릅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일이 잘 됐으면 중소기업들이 날아다녔을 겁니다. 대부분 자기 취향에 맞춰서 고르면서 '사람을 본다'든가 '인성을 본다'든가 말은 그럴싸하게 합니다.
그 '감'의 근원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통은 '스펙'이 핵심입니다. 스펙은 의외로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스펙에 공백기가 있다면 그 기간에는 무엇을 했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이직이 잦았다면 왜 이직이 잦았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신기한 스펙이 들어있다면 그 스펙은 왜 있는지도 궁금할 것입니다.
너무 신기한 스펙은 그거대로 문제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이력은 평범하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학교를 평범하게 졸업하고, 중소기업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업체를 들어갔다 나온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 스토리가 술자리에서 재밌을 스토리인지 기업 인사에 필요한 이야기인지는 항상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보통은 관련된 경험이나 학과 또는 자격증이 있거나, 그도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류만으로 합격시키는 경우는 없으니 면접을 봅니다. 그리고 사실 채용 여부는 거기서 결정됩니다.
중소기업은 사실 쌍방 면접에 가깝습니다. 가서 사무실과 분위기를 보고 '아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해서 본인이 거절하는 케이스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중소기업은 그래도 분위기가 약간은 바뀌었습니다. 면접을 보는 면접관도 '갑'의 입장에 있기보다는 약간은 '협상'의 입장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면접 때 나누는 이야기들은 보통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줍니다. 대기업 면접이라면 미리 엄청난 준비를 하고 왔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중소기업은 그 정도까지 준비해서 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요새는 와서 '꼭 일하고 싶다'라고 어필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서로 분위기를 떠보는 느낌으로 흐릅니다.
결국 핵심적인 질문은 '그 스펙을 왜 쌓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그냥 파도에 떠밀려가는 과정인지, 아니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걸 확인해야 서로 피곤한 일이 없습니다. 서로의 목적이 명확하면 같이 일하는 것의 방향성도 뚜렷해집니다. 어차피 구직자도 그 회사를 지원했을 때 그 회사의 스펙을 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 회사가 방향성도 뭣도 없이 중구난방이라면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회사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만일 구직자도 정말로 원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그 질문이 회사에도 똑같이 해당됩니다. 이 회사는 어떤 사업 비전이나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 왔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대표'의 마인드입니다. 대표가 젊은 청년 벤처나 기업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그들이 구직자인 MZ세대와 공감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대표가 젊은 기업들은 보통 복지나 대우 면에서 더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 실력까지 있다면? 발전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표가 젊다고 해서 무조건 그런 것은 또 아닙니다. 꼰대 관련 글에서 다뤘지만 생각보다 '젊은 꼰대'가 많습니다. 세상은 원래 그렇습니다. 군대를 간 적도 없는 대학교에서 군기를 잡는 것처럼 본인이 예전의 기업문화에서 굴러보지도 않았으면서 원래 기업은 그런 거라고 하는 젊은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의외로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케이스는 젊은 사장이 더 많다는 게 함정입니다. 가족 같은 중소기업이 예전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동아리 같은 중소기업이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청년창업이 프로페셔널하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결국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서 중소기업과 청년기업의 이미지는 방송에서나 좋을 뿐 실제 구인구직 시장에서 조금씩 외면받고 있습니다. 청년 벤처의 신화가 이제는 저물어가고 있다는 이미지입니다. 아니 애초에 벤처기업이라는 이미지 자체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저 그런 중소기업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해보자면 MZ세대를 뽑는 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입니다. 중소기업인데 사람을 골라서 뽑는다고? 나 같은 인재가 와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모셔야 하는 거 아닌가? 노예같이 부릴 거면 돈이나 많이 주든가. 최저임금 가까이 주는 거면 알바 수준인데 왜 업무에 대해 내가 따로 공부하길 바라는 거지? 못하겠는 걸 못한다고 하는 건데 왜 그러는 거지? 기업에서 나한테 딱 맞는 일을 찾아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진 MZ세대 구직자의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금 구인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무슨 인재를 따지냐?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이긴 한데,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다 하더라도 앞으로 사업이 발전하길 원한다면 결국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사람을 잘 뽑아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 하나 때문에 박살이 나기도 하고 사람 하나 때문에 잘되기도 하는 게 중소기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