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중소기업 - 구직자 편 -
전편에서 말했듯이 구직자들, 또는 청년들에게 그들의 귀에 듣기 달콤한 말을 해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몸에 좋은 약은 쓰다'라는 말이 존재하는 거죠. 하지만 아동병원에서 주는 약들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습니다. 요새 약국에서 시럽형 감기약을 사다 먹으면 어른용이라 하더라도 달콤한 약을 줍니다. 사실 그렇게 꼭 써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찾기 어렵듯이 저 역시 그런 글을 쓰기는 너무 힘듭니다. 글을 요리하는 요리사로서 저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죠. 그래서 약간의 감초는 집어넣겠지만 쌉싸래 한 글을 쓰게 됩니다. 제가 늘 그래 왔듯 저는 청년과 MZ세대에 대해서 좋은 말만 해줄 수 없습니다.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일단 그들이 성인이라고 부르는 나이가 된 이상, 그들에게 책임이 없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구직자와 청년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사기꾼처럼 보입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기업의 발전 가능성이 낮거나, 또는 개인의 성장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도 아니면 그냥 환경 자체가 너무 안 좋습니다. 특히 적은 인원의 특성상 누군가 '진상' 한 명이 끼어있으면 사무실 박살 나는 건 일도 아닙니다. '사내 정치'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지도 않은 조그만 직장인데 그 안에서 서로 험담하는 걸 들으면 멘털이 바사삭 부서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안 좋은 환경이면 금전적으로라도 보상받고 싶지만 중소기업은 월급을 밀리거나 돈을 안 주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 되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우리 회사는 월급은 안 밀린다'같은 이야기를 면접 자리에서 하는 겁니다.
수많은 자영업자 또는 개인 사업자들이 다들 나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수가 여기 해당됩니다. 물론 어디나 좋은 회사들은 있습니다. 이미 수익구조가 확고한 회사들은 의외로 분위기도 좋고 잘 굴러갑니다. 누구 하나 이탈해서 가끔 궤도를 벗어나더라도 수익구조가 받쳐주는 한 괜찮습니다. 보통 이런 기업들은 후에 점점 더 큰 기업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돈 잘 버는 회사가 꼭 좋은 회사가 되는 건 아니죠. 직원 200명 내외의 중소기업들은 더 이상 작다고 보기 어렵고 보통 돈도 꽤 많지만 그래 놓고도 인사 기획 총무를 한 명이 다 떠맡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회계 직원 한 명만 있고 나머지는 대표나 다른 팀장들이 나눠서 맡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년들은, 특히 요새의 청년들은 더 그렇습니다. 직장을 구하지만 한편으로 유튜버도 되고 싶고, 게임 BJ 같은 걸 하면서 대박이 터질 때까지 버티기 위해서 직장을 다니는 경우도 많습니다. 뛰어난 '직장인'이 되고 싶은 청년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은 직업과 꿈꾸는 일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직장이 엄청난 비전과 미래를 보여준다면 직장에 '올인'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직장이 나에게 제시해야 되는 거죠. 그렇지 않다면 나와 직장이 꾸는 꿈은 다르게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취업률만 단순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청년 취업률은 일본에 비해서 20% 정도 낮다고 합니다. 일본은 훨씬 좋은 일자리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본은 '쏠림현상'이 낮기 때문에 취업률이 높은 편입니다.
일본은 정규직과 아르바이트의 경계가 명확한 편입니다. 식당이든 마트든 정규직은 정규직입니다. 그들 모두가 취업을 했다고 해서 완벽한 미래를 꿈꾸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실에 맞는 인식으로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을 뿐입니다. 일본에서도 이미 '블랙기업'이라고 불리는 착취하는 악덕기업들이 존재하며, 블랙기업을 탈출하는 것 또는 살아남는 것에 대해서 많은 글과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이른바 MZ세대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의 청년층은 SNS와 인터넷으로 자신들의 자신들의 눈높이를 정합니다. 다들 가기 때문에 대학을 가고, 다들 가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갑니다. 그런 MZ세대가 식당에 취업하거나 자영업 직원으로 가는 것을 취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흔히들 MZ세대가 공정을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최근 들어 '공정'이라는 말이 내가 아는 의미와 상당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능력이 없어도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이 아닙니다. 특히나 평가가 제멋대로인 이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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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기업' 이야기를 봐도 알겠지만 해외의 일자리들이 무조건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에서 펜션, 여행작가, 카페처럼 자신들이 꿈꾸는 직업만 하려고 가면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것이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SNS나 방송 등으로 성공으로 포장된 몇 개의 사례만 보고 뛰어들다가 그 실패를 제주도의 탓으로 돌리는 건 무책임한 일입니다. 제주도가 '그들이 꿈꾸는 제주도'를 책임져줘야 하는 건 아닌 것처럼 '그들이 꿈꾸는 취업'을 성공하지 못하는 책임을 사회에 묻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구직자의 편에서 이야기한다면서 너무 MZ세대와 청년 구직자를 몰아세우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 역시 청년들과 같이 직원으로 근무한 적도 있고, 청년들을 고용한 사업주였던 적도 있기에 오히려 더 솔직히 말하는 부분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실제 직원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하나는 그런 일자리 지원사업을 뽑는 기업의 문제입니다. 잘 운영되고 있는 기업이 일시적으로 지원받아서 자리를 충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더 이상 고용할 여력이 없는 회사들이 지원사업으로 충원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즉, 그 지원이 끝나고 나면 그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사업구조가 존재하는 곳들은 나은 편이고, 애초에 지원을 통해서만 돌아가는 복지나 사회서비스 쪽은 더 애매합니다. 애초에 낮은 임금에 비해서 안정성은 없고 업무의 내용은 정말 오락가락하죠. 실제 취업박람회를 가보면 마치 '미끼상품'인 좋은 일자리를 던져놓고 나머지는 쉽지 않은 일들로 가득합니다. MZ세대를 떠나서 고생할 각오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나 공무원이나 공기관이 아니면서도 국가지원에 기대어있는 수많은 산업들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그렇습니다. 그럼 그런 사업들을 없애면 될 거 아닌가요? 여기서부터는 정치의 영역이고 그래서 불가능하다는 정도만 이야기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있어도 취업률이 저렇게 나오는데 그것마저 없다면 국가 운영에 대한 지표가 너무 적나라하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부르짖는 대부분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대안이 없습니다. 국가의 지원? 그럼 그 돈은 어디서 나와야 할까요. 어차피 결국은 세금입니다. 그걸 우리는 선심성 정책이나 포퓰리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위에서 계속 언급했듯이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아주 높은 확률로 양질의 일자리로 남지 않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건전하고 양호한 수익구조 아래서 수익의 분배가 기업 구성원에게 적절하게 분배된' 일자리입니다. 전제조건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건전하고 양호한 수익구조를 확보해야 하고 그게 구성원과 조직에 의해서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 말인즉 양질의 일자리에 들어간 사람은 적어도 그 구조를 유지하는 일부분의 역할을 수행할 정도의 능력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수익의 분배가 구성원에게 적절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 적절함이 어느 수준이 기준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대기업이 구성원에게 분배하는 비중은 사실대로 말하면 오히려 중소기업보다 적습니다. 수익에서 비율로만 따지면 말이죠.
구구절절 얘기했지만 핵심은 구직자의 입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너무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양질의 일자리라는 게 과연 닦달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람도 너무 적습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산업의 구조와 사회의 구조가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삐끗하면 어차피 양질의 일자리라고 부를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닙니다. 사회구조만 움직인 일본은 취업률은 올라갔지만 블랙기업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애써 눈을 낮춰서 찾아보려고 하면 SNS에서 명품 걸치고 좋은 곳에서 사진 찍어서 올리는 친구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습니다. 어떤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빌미로 앞 다투어 '카푸어'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카푸어'를 양산하는 콘텐츠들을 만들어냅니다. 타인과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MZ세대는 허세와 과시적 소비에 오랫동안 노출되었지만 그것에 면역이 생기기보다 오히려 동화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20대에 주식과 코인을 하는 것을 '재테크'에 눈을 떴다면서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사람들은 결국 '영끌'이니 뭐니 하며 터져버린 그들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MZ세대가 대출을 하거나 그걸 사는 시점에서 돈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MZ세대 타이밍에서 그게 터지는 건가요? 그 질문 자체가 아마도 다단계와 폰지사기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폰지사기를 잘 아는데 코인을 하는 것도 이상하긴 합니다.
사회와 기업만 아무리 탓하고 있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나밖에 없습니다. 타인을 움직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능력을 기반으로 합니다. 자식들도 부모 말을 잘 안 듣는데 생판 남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에 움직이는 게 쉬울 리가 없습니다. 이상적인 삶은 목표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는 심지어 올바른 방향을 찾는다 하더라도 정말 많은 노력과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노력과 어려움을 생략하고 '이상적인 모습'만을 쫓게 되면 답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