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서 어긋나는 프리랜서 생활
수많은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프리랜서를 경험하게 된다.
취준생들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인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막상 직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프리랜서를 꿈꾸는 경우도 많다. 직장생활은 너무 갑갑하고 힘든 점들이 있고, 그러한 제약은 서서히 숨통을 조여 온다. 금융 치료? 금융 치료도 좋지만 누적된 피로감은 결국 은근슬쩍 사직서를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프리랜서로 좀 더 여유롭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꿈꾼다.
대부분의 프리랜서를 경험한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실제로 프리랜서의 삶은 그렇게 순탄치 않다. 프리랜서의 시간이 '프리 하지 않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를 경험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프리랜서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게 조절이 가능하다는 착각을 한다. 실제로 그런 프리랜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프리랜서는 오히려 '퇴근이 없는 삶'에 시달리게 된다.
프리랜서가 되면 타인의 '요즘 뭐해?'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상당히 곤란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을 다니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시간에 여유가 있다'는 착각을 한다. 물론 그런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프리랜서가 있다면 실제로 그 프리랜서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프리랜서는 보장받지 못한 일들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직업이다. 다음 일이 결정되지 않고 시간의 공백이 생긴다는 것은 프리랜서에게 답답한 순간이다.
종종 사람들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오히려 술 마실 시간을 내기 쉬울 거라는 착각을 한다. 그런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보통은 오히려 술 마시기 곤란하다. 엄청난 과음이라면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직장인은 숙취에 머리가 좀 아프다고 해도 출근만 하면 어느 정도 버티고 넘어가면 될 때도 많다. 그런데 프리랜서는 그렇게 날리면 그걸로 끝이다. 숙취로 인해서 일이 손에 안 잡혔을 때의 타격은 오히려 더 크다. 웹소설이나 웝툰을 연재하는 작가들이 매일 정해진 양을 써야 하기에 술을 입에 대기 어려운 것처럼.
작가나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을 버는 프리랜서를 상상한다.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은 아마 어이없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리랜서'가 되려면 적어도 프리랜서 활동을 통해서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소득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위에 상상한 것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만큼만 하는 작가나 유튜버가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소득을 올리는 케이스는 확률이 아주 낮다.
유튜버들은 누구나 이야기하듯, 꾸준히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보는 몇 분의 영상이라도 기획과 촬영과 편집을 거치면 몇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그걸 일주일에 적어도 2-3편은 올려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키울 수 있다. 아마 브런치 작가들도 그건 느낄 것이다. 누구나 글쓰기에 대해 하는 공통적인 조언 중 하나는 꾸준히 쓰라는 거니까. 그렇게 꾸준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루틴'이 생긴다. 한마디로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창의적인 활동'이 포함된 것으로.
작가나 유튜버처럼 '자신의 일'을 하는 프리랜서는 까딱 잘못하면 백수다. 어떻게 봤을 때는 공방을 열고 있는 자영업자에 가깝다. 손님이 없으면 열심히 일해도 답이 없다. 그런 점에서 타인의 용역을 받는 '용역'형 프리랜서는 더 나은 부분도 있다. 타인의 일을 받아서 하는 것이라면 꾸준히 일이 들어오기만 한다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입소문이 나기만 한다면 충분히 버텨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러다 밀려드는 일이 감당 안될 정도로 정말 잘 된다면 대부분 '개인 사업자'로 발전하게 된다.
타인의 일을 맞추는 용역형 프리랜서는 사실 회사생활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흔히 용역업 중에서 '도급'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어딘가와 고정적인 계약을 맺고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개인영업을 통한 작업을 병행하는 형태다. 그러한 도급 계약은 결국 어느 정도 '일한 만큼 버는 구조'를 가진다. 게으르게 일하거나 계약을 맺은 곳에서 들어오는 일이 줄어들면 유지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일하려는 성향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아나운서들의 경우도 프리랜서가 자주 보이는 직업 중에 하나가 됐다. 그리고 그런 아나운서들 역시 프리선언을 하고 나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할 때가 많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고 생각해서 프리 선언을 했는데 생각만큼 일이 오지 않아서 쉬고 있을 때는 정신적으로 대단히 힘들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힘들다. 그나마도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잡은 사람들 이야기다. 자리를 못 잡고 잊혀간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전문직에서 프리를 선언한 수많은 프리랜서들이 유튜브로 몰려들고 있다. 유튜브의 세계는 '네임밸류'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수많은 유튜버들이 만들어진 창작 콘텐츠를 팔기도 하지만 그 자신을 콘텐츠로 소비한다. 타인들에게 자신의 삶이나 모습들을 공유하고 그것으로 콘텐츠를 유지한다. 웬만한 프리랜서는 한 번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병행하는 것을 꿈꾸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아니 사실 예비 프리랜서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직장인 브이로그가 유튜브에 넘치도록 많이 있다.
결국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일용직과 큰 차이는 없다. 용역형 프리랜서들은 특히 그렇다. 그래서 지금 내가 브런치를 쓰는 것처럼 결국 일이 없을 때는 무언가 다른 방향을 모색한다. 글을 쓰든, 유튜브를 하든, 아니면 투잡을 뛰든. 실질적으로 돈만 생각하면 나가서 배달 용역일이라도 하면서 투잡을 뛰는 게 맞지만 두 가지 일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자기변명을 뒤집어쓰고 버티고 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좋은 일자리'의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린다. 가끔 업무로 알게 된 누군가가 그런 제의를 할 때가 있다. 프리랜서 생활에 지치면 냉정한 판단이 쉽게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의적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자기가 프리랜서가 된 이유에 대해서. 직장을 벗어난 이유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그런 제의가 그거 다 이해하고 배려해주겠다고 이야기 하지만 막상 가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도 말이다.
아이가 어린이집 입구에서 다른 아이의 예쁜 공주옷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면 당장 데려다주고 집에 가는 길에 공주옷을 검색할 수밖에 없다. 없어도 괜찮다며 애써 내리누르는 감정을 아이들에게 대물려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도 아마 머지않아 프리랜서 생활을 청산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경제적 불안정은 할 짓이 못된다. 결국 프리랜서가 되든 뭐가 되든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무게 추는 갈수록 고소득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