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3
단풍 없는 가을이 지나버리고, 뒤늦게 가을빛이 피어오르는 겨울이 되었다.
빨리 꺼내 입지 못하고 버려진 가을 옷들에는 후회가 담겼다.
따뜻할 때는 안 치다가 추워서 손이 얼어버린 이제 와서야 피아노에 미련이 담겼다.
따뜻할 때 따뜻하지 못했던 관계에는 미안함이 담겼고, 놓쳐버린 시간과 기회에는 자책이 담겼다.
가을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놓쳤다. 가을 자체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그 가을을 조금이나마 드러내는 이번 겨울에는 조금 더 많은 걸 하고 싶었다.
올해에는 겨울이 되어서야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때와 시기를 맞추지 못하고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조차 못하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것이야, 시선에 따라 뒤늦게라도 빛을 발한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는 거니까. 다 얼어붙은 파란 겨울에 꿏꿏이 주황빛을 발하는 감동적인 장면이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이번 겨울에는 뒤늦게 시작한 것도, 뒤로 미뤄놓기만 했던 것도 꿏꿏하게 행해 보이리라. 내게 주어진 일의 완결 하나를 뽐내보리라. 훌륭하든 못났든 상관없이, 빠르든 늦든 상관없이, 내가 이뤄낸 색을 마무리지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