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와 와인
전어철이다.
살이 오르고 기름이 돌아, 한 점만 베어도
입안 가득 고소함이 퍼지는 계절.
선선한 바람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
가을에 닿고 있다.
오늘 퇴근 후에는 동기들과 전어회를 먹으러 간다.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파도 소리가 차오르는 것 같아
하루 종일 마음이 설렜다.
이 설렘은 어제부터 시작되었다.
퇴근길에 와인 가게에 들러
전어회의 신선함을 살려줄
산미있는 화이트 와인 한 병,
구운 전어의 향과 어울릴
묵직한 바디감의 화이트 와인 한 병을 골랐다.
오늘의 식탁을 더 풍성하게 해줄 준비물이다.
오늘 하루는 그 기다림 하나로도 충분히 가벼웠다.
분주한 순간들 사이로 스며든 상상은
저녁 식탁 위에 펼쳐질 전어와 와인의 그림이었다.
회 접시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살결,
바삭하게 구워진 전어의 껍질 소리,
잔 위에서 일렁이는 와인의 향기까지.
때로는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
거창한 성취나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기다림 그 자체일 때가 있다.
기다림, 기대감, 그리고 설렘.
오늘의 나는 전어철이 가져다준 설렘 덕분에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저녁빛은 서서히 번져와 하루를 물들이고,
나는 그 빛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춘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기며
오늘도 나는 천천히 퇴근길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