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허용

by 두디

아침의 따듯한 커피 한 잔을 정말 좋아한다.
사무실에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힌다.


예전엔 ‘얼죽아’였다.
잠이 많고 늘 시간에 쫓기던 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빠르게 흡수되는 생명줄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충분히 잠을 자고,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따뜻한 커피를 고른다.
온기와 함께 조용히 깨어나는 그 순간이 좋다.


카페존에서 캡슐 커피를 내릴 때면,
김과 함께 피어오르는 원두의 향이
나에게 조용한 힘이 되어준다.
그 향을 음미하는 짧은 몇 분이
나답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오늘 해야 할 일, 맞서야 할 순간들이 많더라도
이때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향에만 집중한다.

아침엔 그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


요즘은 출근해서도, 퇴근하고서도 바쁘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하루의 시간을 쪼개 쓰는 중이다.
그래서 아침의 여유가,
하루의 첫 한 모금이 더 소중해졌다.
시작이 차분해야 끝까지 흔들리지 않으니까.


퇴근길도 마찬가지다.
내가 느리게 걷는 이유.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느림’이 온전히 허용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걷는 동안에는 잠시 모든 걸 내려놓는다.

주변의 소리와 빛을 느끼며
그저 걷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한다.


아침의 따뜻한 커피와
저녁의 느린 퇴근길.


이 두 순간이 하루의 처음과 끝을 잇는다.
그리고 그 사이의 바쁜 시간들을
단단하게 버티게 해준다.

수요일 연재
이전 18화나만의 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