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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깽s Jun 19. 2021

여행을 떠나는 이유

달콤한 희. 노. 애. 락.

처음엔 전국일주를 해보고 싶었다.

아이들의 학교를 비롯, 이미 자유인스럽지 못한 우리에게 허락된 최대의 시간은 이주였다.

이주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전국투어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해서 허락된 일정 안에서 남해안의 도시들을 훑고 돌아오는 여정으로 기획해보기로 했다.

전주-담양-광주-진도-순천-남해-통영-거제(외도)- 부산- 경주 11박 12일의 여정이었다.

초등 아이들과 상의해서 핸드폰 및 게임기를 지참하지 않는 조건으로 아이들이 협조를 해준 여행이었다.

멀미가 있는 아이를 배려해 이동시간을 최대 3시간을 넘지 않도록 짰으나 생각보다 아이들은 많이 커있었다.

걱정이 기우였던 셈.


그러나 여행에 왜 우여곡절이 없었겠는가..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무서워하는 내게 남해의 보리암은 한 발짝 발 떼기가 무서운 데었으며

고작 30분을 이동하는 외도행 배가 육지라곤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선 파도에 짓이겨질까 봐 겁이 났으며

여행의 끝자락에 거의 다 왔는데 하필이면 이때 미열을 드러내는 아이가 안타까워 동동거렸으며

이동을 해야만 하는 여행 내내 좁은 차 안에서의 아이들과 하는 실랑이들은 고난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행이 좋다.


곱씹을 수 있는 재산이 되어서 좋고

모험을 시도하지 않는 내게 여행지에서의 변수는 새로운 도약이 되어서 좋고

인터넷을 뒤져서 나오는 맛집이 아닌 나만의 새로운 맛집 리스트들이 늘어남에 좋고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오는 바람과 햇빛과 달빛이 달콤해서 좋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눈빛이 좋다.

설렘과 기쁨과 만족감들을 두루 내보이는 그 눈빛들.


우린 서로 잘 알지 못하지만 여행지에서만큼은 공통의 분모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 내게는 여행의 조각조각이다. 그래서 외롭지 않은 것이 바로 여행이다.

외롭지 않으려거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 보다는 먼저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말이다.


여행 내내 입병으로 먹을 때마다 고통에 시달렸지만

끼니를 포기한 적은 별로 없다.

그곳에서 먹는 갈비는, 멸치쌈밥은, 해물칼국수는 두 번 다시없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무사함에 감사를

일상을 등진 무한한 여유에 감사를

소소한 바람이 등을 어루만져주어 다소곳하던 날씨에 감사를

내내 비가 온 경주에서 운치의 끝판왕을 겪은데 감사를

다 큰 것만 같은 아이들과 다시없을 시간을 함께 누림에 감사를


인생을 살면서 이런 여행이 흔하거나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감사가 닿은 여행이었기에 다시 한번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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