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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깽s Jun 19. 2021

마르지 않는 샘

더는 부끄럽지 않기를...

눈물을 보이기 싫다.

최고의 약점인것만 같다.

참아내고 싶지만 한번 터지면 그때서 부턴 제어가 어렵다. 내손을 떠나는 문제가 된다.

어렸을 때 아빠는 그랬다

재수 없게 무슨 말만 하면 눈물을 뺀다고,

그때부터였을까

우는 것이 재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으므로 눈물은 부끄러움이 됐다.


나이를 이만 치나 먹고 어른이 되면 고쳐지겠지, 덜나겠지 했던 눈물은 어째 더 심해지는듯하다.

최근엔 별의별 이유로 눈물이 나는데..

친구는 갱년기가 온 것 아니냐며 근심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사연은 다양하다.

서로의 이사로, 아이의 졸업으로, 신랑의 퇴직으로, 뜻대로 되지 않는 육아로, 애틋해서, 감사해서, 의지와 상관없는 헤어짐으로....

헤아릴 수없이 다양한 이유가 있고말고 다.

어린 때보삶의 시간은 채워졌으니 눈물은 자연히 더 늘어났다.


얼마 전엔 잠시 아이들 돌봄 일을 진행하기로 되어있어서 이 주간 일을 해야 했다.

초등 고학년. 한참 어렵다면 어렵고 밉다면 미울 나이의 아이들이 대상이었다.

다들 손사래를 칠 법한 아이들이었지만 첫날부터 아이들에게 맘을 뺏겼더랬다

쎄게보이려는 객기, 나름의 기선제압들이 있었지만 내 눈엔 마냥 귀여웠다.


그 애들과 헤어지는 시간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혹여라도 내가 눈물을 보이면 아이들이 동요를 할까 싶어

말을 삼키고 벌게지는 눈을 부릅뜨고 마른 입술을 훔쳤다.

그렇게

아이들의 얼굴도 하나하나 눈으로 도장 찍지 못하고 도망치듯 서둘러 나와버렸다.


쿨하게 진심으로 '안녕' 하고 인사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떠나면 그만인. 그런 것은 아닌데...

그런데 그 울컥한 다양한 사연들 앞에서 내가 흘리는 눈물은 고작의 '마음'이었다.


침몰한 배에 갇힌 아이들을 구하러 조건 없이 바닷물에 뛰어든 잠수사들에게

불길을 진화하러 출동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소방관에게

무심한 일상의 버스 안에서 붕괴된 건물의 잔해를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양부모의 학대로 17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작은 아가에게

조건 없는 선의로 사랑을 베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주 동안 부족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준 아이들에게

.

.

.

.

나는 그저 마음 조각하나 그렇게 나눌 뿐이다.

내 방식대로.


그래서 더 멈출 수가 없나 보다. 멈춰지지 않는가 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울컥하는 이유는

세상에 마음 나눌일들이 너무 많아서이고,

내 작은 마음들이 다 전달되지 않은 동동 거림이다.


언젠가 내 눈물이 마르는 날이 온다면 사람 사는 세상이 실현되는 것일지도.


끝으로  내가 참 좋아했던  어르신의 기일이 있는 5월은 참 아프다.

사람 사는 세상. 그 어르신이 그토록  바랬던 좋은 세상이 얼른 와 내 눈물도 덩달아 마르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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