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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링 Nov 26. 2022

쉬어가는 이야기 ( 아들 첫 이발하는 날 )

말세라서 죄송합니다

 아들의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있고, 엄마의 근심도 길어지고 있다.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들은 미용실을 쉽게 허락하지 않을 거 같았다.

 내 아이를 이해해 주고받아줄 미용실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서성 거리다 동네 미용실로 쭈뼛 거리며 들어갔다.

 "저 어린아이 이발도 되나요?"

 "그럼요 "

 "그게 저희 아이가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으로 별나요.  하시다가 도저히 안 되시면 받아들이고 금액은 지불하고 갈게요. 정말 와도 되나요?"

"하하하 괜찮아요 경력도 많고 저희 아들도 엄청 예민하고 별나서 이해해요."

"금액은 얼마인가요?"

"어른에 반 값입니다."

"후회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요 대신 정말 깎아만 드립니다 스타일은 없습니다."

"저도 그런 사치까지는 안 바랍니다. 그래도 후회하실 수 있어요. 충분히 더 받으셔도 됩니다."

"괜찮아요 오세요"

 그 말에 안심을 하고  예약을 했다. 드디어 예약 날 아들을 데리고 미용실에 갔다.


아들은 늘 그렇듯 상상 그 이상을 보여 주었다. 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뒤에서 머리를 말고 기다리고 계셨던 어르신이 한 마디 했다.

 "어휴 세상이  세긴 말세다. 그러니 아이가 저리 버르장머리가 없고 저 모양이지 쯧쯧"

  

    조용히 돌아서 90도 인사를 어르신께 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제가 저희 아이를 세상 말세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로 키웠네요.  앞으로 어르신께서 아이를 보고 세상 말세라고 혀를 차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그 대신 오늘 하루만 아이가 많이 울어도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 참아 주시길 조금만 부탁드립니다."  고 인사를 드렸다.

 내 아이의 난동을 타인에게 이해를 강요할 순 없으니 엄마인 내가 아이를 위해서라면  먼저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간 아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침묵했다.

 미용실 직원과 원장도 지금 이 상황에 당황해 얼어붙었다.


 처음 입을 연건 원장님이었다.

 "어르신 도대체 아이 엄마한테 무슨 소리 하신 거예요?"

 "아휴 난 아이가 하도 버르장머리 없이 시끄럽게 굴고 제멋대로라서 요즘 엄마들은 오냐오냐 하고 교육을 똑바로 안 시켜서 저 모양이라고 세상 말세라고 했지."

"어르신!"

"맞아요. 제 눈에는 제 아이가 예민하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너무 사랑스럽고 제겐 소중한 아이다 보니 너무 많이 사랑하며 키웠네요.  유난히 예민하고 겁이 많아서 제가 더 조심했나 봅니다. 제가 부족하지 않게 더 예의 바르게 키우겠습니다. 그전에 아이의 미용은 너무 상처받지 않는 경험이 될 수 있게 오늘 딱 하루만 부탁드릴게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미용사님께 말씀드렸다.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가 원인 제공은 했으니 최소한 이 상황에 엄마는 사과드려야죠."

"아이 엄마만 사과해요."

"제가 엄마잖아요. 그러니 괜찮아요."

 아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계산을 하고 미용실을 나서는데 원장님이 불렀다.

 "새댁 잠시만요. 애야 잠시만 기다려봐 "

하고 비닐을 급히 내 밀어주었다.

비닐에는 초콜릿 우유와 사탕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 애야 다음에 또 와도 괜찮아 대신 미리 이야기해 주면 아줌마가 널 위한 선물을 준비해 놓을게 그때는 더 멋있게 깎아줄게."


 우리 아이는 자신을 이해해 주고받아주는 미용실이 생겼다.


 이제 어느 정도 큰 아들은

 "아들! 엄마가 오천 원 줄게 엄마한테 이발할래?"

물으면 피식 웃으며

 "할머니가 엄마가 혹시 오천 원 줄 테니 엄마가 깎는다고 하면 자기는 만원 줄 테니 미용실 가서 깎으래요. 엄마가 할머니랑 이야기해봐요."

 "어? 어... 내가 진 거 같아. 잘 갔다 와."

 하면 쿨하게 "아빠 머리카락 자르러 가요~!" 하고 나간다.


 미용실도 이젠 아들이 온다고 초콜릿 우유를 주지는 않지만 아들은 늘 그 미용실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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