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 34
저는 말소리가 생성되는 과정을 관악기, 즉 리코더를 연주하는 것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참고:말소리튜닝 3) 악보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리코더 가운뎃관의 구멍을 누르거나 떼면 아름다운 선율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 입속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리코더 연주에서는 손가락이 하는 일을 우리 입에서는 혀와 입술이 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말소리가 만들어질 때 입속의 움직임을 관찰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 말소리의 재료가 되는 자음과 모음을 순서대로 배치해 보겠습니다. 일종의 악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이같은 형태를 '말소리 악보'라고 부르겠습니다.
'ㄷ-ㅐ-ㅎ-ㅏ-ㄴ-ㅁ-ㅣ-ㄴ-ㄱ-ㅜ-ㄱ-ㅡ-ㄴ, ㅁ-ㅣ-ㄴ-ㅈ-ㅜ-ㄱ-ㅗ-ㅇ-ㅎ-ㅗ-ㅏ-ㄱ-ㅜㄱ-ㅣ-ㄷ-ㅏ'
자음 소리를 만드는데 관여하는 혀와 입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집중하기 위해, 아래와 깉이 자음 소리만 따로 배열해 보겠습니다.
'ㄷ-ㅎ-ㄴ-ㅁ-ㄴ-ㄹ-ㄹ-ㄴ-ㅁ-ㄴ-ㅈ-ㄹ-ㅇ-ㅎ-ㄱ-ㄱ-ㄷ'
위의 배열에 따라 자음 소리가 만들어지는 조음위치에 번호를 붙이면 아래와 같습니다. 위에 있는 자음과 모음체계 표를 참고하세요.
'2-5-2-1-2-4-4-2-1-2-3-4-4-5-4-4-2'
자음 소리 악보가 완성됐습니다. 이 악보대로 소리를 만들려면 해당 자음 소리를 산출하는 각각의 ‘소리 공장'을 가동을 해야 합니다. 소리공장 가동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참고:말소리튜닝 26)
'잇몸-목구멍-잇몸-입술-잇몸-연구개-연구개-잇몸-입술-잇몸-경구개-연구개-연구개-목구멍-연구개-연구개-잇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한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시간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약 3초 걸립니다. 이 3초라는 시간 동안 입술과 혀는 무려 17번이나 움직였습니다.
이번에는 모음 소리만 따로 배열해 보겠습니다.
'ㅐ-ㅏ-ㅣ-ㅜ-ㅡ, ㅣ-ㅜ-ㅗ-ㅗ-ㅏ-ㅜ-ㅣ-ㅏ'
단모음은 고유한 입모양이 있고 그 입모양을 만드는 변수는 턱과 입술, 혀 이렇게 3가지라고 했습니다.
3초 동안에 입모양은 11번이나 바뀝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말소리를 입 밖으로 내기 위해 입 안에서는 총 28번의 동작 변화가 있었던 셈입니다.
입술과 혀, 턱이 움직였는데 그 변화는 28번에 걸쳐 연쇄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단 3초 만에요. 뭐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놀랍습니다. 무의식적인 반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첫째, 말을 하다가 입이 꼬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겁니다. 혀도 근육인지라 때론 뻣뻣하게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천천히 다시 입을 움직여서 말소리를 정확하게 수정하면 됩니다. 당황해서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마세요. 정확한 소리로 교정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자음이나 모음 소리를 하나라도 생략하면 말소리가 이상해진다는 겁니다. '말소리 악보'에 있는 모든 자음과 모음 소리를 빠짐없이 만들어 내야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 귀에 또렷하게 들립니다.
셋째, 계속해서 말소리가 뭉개진다면 조음 위치나 조음 방법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즉, 자음과 모음 소리를 만드는 과정 중 어디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이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또렷한 말소리는 정확한 입운동의 결과입니다.
지금까지는 자음과 모음 소리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소리내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말소리를 세련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는 운율도 있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말의 운율 즉, 리드미컬하게 말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