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 31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 부부를 만났습니다. 잉꼬부부랍니다. 친구의 남편은 제가 대학 입시과정에서 알게된 저의 '남자 사람 친구'였습니다. 그 둘을 제가 소개팅으로 엮어 줬거든요. 둘은 성격이 너무 달랐지만, 아니 달랐기 때문에 코드가 잘 맞는다고 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진정한 하나가 되더라는 것이 친구 부부의 설명입니다. 저의 공로로 화목한 가정을 꾸린 친구 부부를 보니 뿌듯했습니다.
갑자기 친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콧소리 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날 만난 제 고교 친구는 취미로 연극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리더십이 강해서 무대 체질인 건 알았지만 연극에까지 손을 뻗친 걸 보면 확실히 열정이 넘치는 친구입니다.
친구는 연극을 하면서 발성과 발음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콧소리가 문제였습니다. 의도치 않게 튀어나오는 콧소리 때문에 연극반 단원들로부터 놀림과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친구의 고민을 듣다가 제가 말했습니다.
"코에서 만들어지는 울림을 입으로 더 내려야 해."
"그래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잘 안 돼. 잘 모르겠어"
친구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그날 제가 친구에게 알려준 방법을 소개합니다. 여러분도 콧소리가 심하다면 따라 해 보세요.
'아이'라는 낱말을 가지고 해 보겠습니다. 모음으로만 구성된 낱말입니다.
"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를 반복해서 소리 냅니다.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양쪽 콧구멍을 꽉 막습니다. 이때, '아이' 소리가 코맹맹이 소리로 들릴 겁니다. 코로 숨이 빠져나가다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제 친구가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코를 계속 막은 상태에서 '아이' 소리를 반복해서 내보세요. "아이~아이~아이~아이~" 이때 코맹맹이 소리가 나지 않도록 숨을 코가 아닌 입으로 빼보세요. "아이~아이~" 소리가 더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때 울리는 위치를 생각해 보세요. 울리는 위치가 코에서 입으로 내려옵니다. 그게 콧소리 없는 '아이' 소리입니다. 자연스러운 소리이지요. 이렇게 설명했더니 친구가 찰떡 같이 알아 들었습니다.
콧소리가 심한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숨을 코로 내뱉습니다. 그래서 코가 울리는 겁니다. 전문용어로 바꿔 말하면 비강에서 공명이 발생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말소리 중에 비강에서 공명이 발생하는 소리는 딱 3개뿐입니다.
'ㅁ, ㄴ, 받침ㅇ'
즉 'ㅁ,ㄴ, 받침ㅇ' 3개의 자음 소리만이 코로 숨이 빠져나갈 때 코가 울리면서 자연스러운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이 3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자음과 모든 모음 소리는 코가 울리면 안 됩니다.
테스트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래 큰따옴표에 있는 문장을 소리 내 보세요. 평상시 말하듯이 하세요.
1) "아이가 오이를 먹었다"
이번에는 양쪽 코를 손가락으로 막고 다시 소리 내 보세요.
2) "아이가 오이를 먹었다"
저는 1)과 2) 두 소리가 모두 같은 음색으로 들립니다.
만일 2)처럼 코를 막고 소리를 냈는데 코맹맹이 소리가 들렸다면 1)에서 콧소리를 낸 겁니다.
코를 막고 책을 읽어 보세요. 'ㅁ,ㄴ, 받침ㅇ'이 들어간 낱말은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ㅁ,ㄴ, 받침ㅇ'이 하나도 없는 낱말에서는 코맹맹이 소리가 안 납니다.
만일 'ㅁ,ㄴ, 받침ㅇ'이 없는 낱말을 읽을 때에도 코맹맹이 소리가 난다면 '아, 내가 콧소리가 심하구나'라고 생각하시고 고치시면 좋겠습니다. 제 친구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