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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입을 벌리고 있으신지요?

말소리튜닝 30

by 신미이

저와 말소리튜닝 훈련을 하고 있는 한 수강생이 외쳤습니다. "유레카!"하고. 이제 느껴진답니다. 자기 입속에서 자음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가. 그동안 도무지 못 알아먹었는데, 신기하답니다. 자기 입속에서 이런 대단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대단한 진전입니다. 이걸 느껴야만 발음 교정이 가능해집니다.


사실 우리는 말할 때 입 속에서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전혀 신경을 안 씁니다. 그런데도 말소리가 정확하고 또렷한 사람이 있고, 말소리가 부정확하고 뭉개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소리가 또렷한 사람은 내 입속을 관찰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대로 살면 됩니다. 문제가 없으니까. 그런데 말소리가 불명확한 사람은 내 입속을 반드시 관찰하고 느껴야만 개선됩니다. 내 입술 그리고 내 혀의 움직임을 말이지요.


또렷한 말소리는 입술과 혀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자음 소리가 만들어지는 '소리 공장' 즉 조음 위치에서 입술과 혀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으면 말소리는 또렷합니다. 그런데 입술과 혀가 역할을 못하고 있을 때 말소리가 부정확합니다. 이 수강생도 이제 깨달았으니 빛의 속도로 말소리가 개선될 거라도 확신합니다.


입술과 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이 수강생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편의상 수강생 D라고 부르겠습니다. D의 구강을 관찰해 보면 혀가 앞쪽으로 조금 밀려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입이 조금 벌어져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가 말을 안 할 때는 입을 다물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D는 말을 안 할 때도 입이 살짝 벌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D는 두 입술을 꾹 다물였다가 열면서 만들어내는 'ㅁㅂㅍㅃ'소리가 부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집까지'를 [지까지]로 소리 내고, '입가'를 [이까]로 소리 냅니다. 입을 꾹 다물이지 않기 때문에 'ㅂ' 소리가 정확하게 안 만들어지는 거죠. D는 자기가 입을 꾹 안 다물인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이제야 깨달은 거죠. 그러니 앞으로 'ㅁㅂㅍㅃ'을 만나면 의식적으로 두 입술을 꾹 다물려고 노력할 겁니다.

또, D는 말을 할 때 혀가 치아 사이로 빠져나올 때가 많습니다. 우리말소리는 혀가 치아 뒤에서만 만들어집니다. 치아 사이에서 산출되는 소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잇몸에서만 만들어야 하는 'ㄷㅌㄸㄴㄹㅅㅆ' 소리를 자꾸 치아에서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ㅅ'이 들어간 낱말은 '혀 짧은 소리'가 나고 'ㄹ'이 들어간 낱말에서는 [ㄹ] 소리가 증발해 버립니다. 이것도 깨달았으니 의식적으로 잇몸에서 소리 내려고 노력할 겁니다.

여러분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평소 말을 안 하고 있을 때 입을 벌리고 있는지 아닌지.

만일 입을 벌리고 있다면 D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문제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입술과 혀가 정확하게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복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야 습관이 됩니다. 습관이 되어야 무의식적으로도 또렷한 말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문제를 깨닫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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