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 29
저는 처음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할 때, 대통령 기자회견의 한 장면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말소리튜닝 1) 당시 사회자의 말소리를 언급했었죠. 바로 이 말이었어요.
"그럼 지금부터 '짐문'을 받겠습니다."
그런데 맥락상 그 사회자가 하려던 말은 이거였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질문]을 [짐문]으로 소리 내는 것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다고 했습니다.
그 사회자는 자신이 [짐문]으로 소리를 내고도 [질문]으로 정확하게 소리 내고 있다고 착각했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자신의 머릿속 신경은 [질문]을 소리 내라고 입에 명령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사회자가 기자회견 내내 [짐문]이라고 한 걸 보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게 분명합니다.
낱말 '질문'은 [짐문]이 아니라 [질문]으로 소리 내야 맞습니다.
말소리 완제품에 이런 불량품이 왜 생겼는지 이번에도 소리 공장 비유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표를 보면서 따라오세요.
[질문]을 정확히 소리 내려면 'ㅈ-ㄹ-ㅁ-ㄴ' 소리가 순서대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소리 공장은 '3-2-1-2' 순으로 가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가동한 소리공장은 '3-1-1-2' 순이었습니다. 자음 'ㄹ' 소리를 만들어야 할 순서인데, 자음'ㅁ'소리를 만드는 공장을 가동한 거죠. 그래서 'ㅈ-ㅁ-ㅁ-ㄴ' 소리가 나면서 [짐문]으로 들린 겁니다.
이런 오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관찰됩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청소년]을 [천소년]으로 소리 내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청소년]을 정확히 소리 내려면 'ㅊ-ㅇ-ㅅ-ㄴ-ㄴ'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소리 공장을 '3-4-2-2-2' 순으로 가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소리공장을 '3-2-2-2-2'순으로 가동하기 때문에 'ㅊ-ㄴ-ㅅ-ㄴ-ㄴ' 소리가 순차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천소년]으로 들리게 됩니다.
이제, 왜 이런 오류가 생기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먼저 '소리 공장' 가동 순서를 펼쳐놓고 비교해 보겠습니다.
정상작동: 질문(O) 3-2-1-2 청소년(O) 3-4-2-2-2
오작동 : 짐문(X) 3-1-1-2 천소년(X) 3-2-2-2-2
먼저, 오류가 생긴 자음이 첫소리인지 받침인지 살펴볼까요?
네, 모두 받침이네요.
이번에는 '오류 전' 받침이 '오류 후' 어떻게 변했는지 아래 표를 보면서 비교하세요.
어떻게 변했나요? 여기서 힌트! 조음 위치로 비교해 보세요.
오류 전 오류 후
[질 문]: ㄹ-ㅁ(2-1) ----> ㅁ-ㅁ(1-1)
[청소년]: ㅇ-ㅅ(4-2) -----> ㄴ-ㅅ(2-2)
맞습니다. 바로 뒤에 오는 음절의 첫소리와 같은 소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소리로 바뀌었군요.
실제로 그런지, 여러분이 표를 보면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말소리 오류는 '게으른' 입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쉽게 말해 볼까요.
[질문]의 경우는 '2번 잇몸 소리공장'을 가동한 다음 '1번 입술 소리공장'으로 바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냥 두 소리를 모두 '1번 입술 소리공장'에서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짐문]으로 들립니다.
[청소년]의 경우 '4번 연구개 소리 공장' 가동 후 '2번 잇몸 소리공장'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냥 두 소리를 다 '2번 잇몸 소리공장'에서 만듭니다. 그래서 [천소년]으로 들립니다.
한마디로 입운동을 덜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려다 벌어진 일입니다. 말을 할 때 입, 더 정확히 말하면 입술과 혀를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오류입니다. 그래서 또렷한 말소리를 내려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다. 정확한 말소리조차도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제 '잔소리'가 자극이 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