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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우리말 리듬

말소리튜닝 37

by 신미이


오늘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현대시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입니다. 한번 읊어 보세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3번 끊어서 읽으니 자연스럽습니다. 3음보입니다.

옛 시조보다 음보 하나가 짧습니다.

4음보로 된 시조에서는 차분한 안정감이 느껴졌다면,

3음보로 된 현대시에서는 경쾌한 느낌이 듭니다.


다음은 박목월의 시, '나그네'입니다.

크게 소리 내 읽어보세요.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3음보로 되어 있습니다.

나그네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입니다.

3음보로된 현대시에서도 시조에서 느꼈던 리듬이 느껴집니다.

이렇듯 3음보도 우리말의 리듬을 만듭니다.


윤동주의 '서시'는 어떨까요?

제 방식대로 읊어 보겠습니다


죽는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저는 위와 같이 4음보와 3음보를 섞어서 읊어봤습니다.

사람마다, 그리고 그날 기분에 따라, 끊어 읽는 부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음보는 정해진 규칙이 있다기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느낌에 좌우되기도 합니다.


3음보와 4음보는 말소리를 리드미컬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전달력을 높입니다.

청중을 사로잡는 달변가들의 말소리를 자세히 들어 보세요. 3음보나 4음보로 말을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말이 장황하고 길면 안됩니다.

즉, 단문으로 말해야 말소리에 리듬이 살아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단문으로 말하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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