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8
우리말소리의 재료가 되는 모음은 이렇게 8개입니다. 단모음이라고 하죠.
'ㅣㅔㅐㅡㅓㅏㅜㅗ'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가가 다른 것처럼, 'ㅣㅔㅐㅡㅓㅏㅜㅗ'의 음가도 모두 다릅니다.
"이~에~애~으~어~아~우~오~"
모음 음가에 영향을 주는 두 번째 변수는 턱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턱의 높이입니다.
말소리가 부정확한 사람들은 입술 모양뿐만 아니라 턱의 운동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정확한 모음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턱의 상하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전에 기준점 하나 찍고 가겠습니다.
입을 다물여 보세요. 두 입술은 붙어 있고 혀는 아랫니 뒤쪽으로 살포시 내려앉아 있을 겁니다. 이때 턱의 높이가 기준입니다. 턱을 아주 조금 내리면 입이 살짝 벌어지고 턱을 아래로 더 많이 내리면 입이 크게 벌어집니다. 따라서 입을 다물이고 있을 때가 턱의 높이가 가장 높습니다.
모음 'ㅣ'와 'ㅏ'를 연속해서 소리 내 보세요.
"이~아~이~아~이~아~"
턱이 높은 위치에서 낮은 위치로 내려갔다 다시 높은 위치로 올라갑니다. 이것이 반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턱을 따라 입모양도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합니다. 잘 안 느껴지면 손가락을 턱밑에 놓고 해 보세요. 턱이 내려가면서 손가락에 닿았다가 올라가면서 떨어집니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거울을 보고 관찰해 보세요. 턱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보일 겁니다. 모음 'ㅣ'를 소리 낼 때는 모음 'ㅏ'보다 턱의 위치가 높습니다. 거꾸로 모음 'ㅏ'를 소리 낼 때는 모음 'ㅣ'보다 턱의 위치가 낮습니다.
뭐야? 지금 장난해?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고 저를 비난하는 분이 계실 줄 압니다.
그런데 여러분, 턱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정도, 즉 턱의 상하운동 폭은 어떠세요?
어떤 사람은 그 움직임의 폭이 작아서 보일 듯 말듯하고, 어떤 사람은 그 움직임이 커서 확실하게 보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차이가 생깁니다. 또렷한 모음 소리는 턱의 상하운동이 눈으로 확실하게 보일 만큼 클 때 나옵니다. 즉, 입을 크게 벌리고 말할 때 소리가 분명해집니다.
실제로 저에게 말소리튜닝 코칭을 받고 있는 어느 대학 교수님은 턱의 상하운동 폭이 매우 작았습니다. 그래서 모음소리가 정확하지 않았죠. 지금은 턱 운동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열심히 교정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8개 단모음을 다른 방식으로 배열해 보겠습니다. 소리 낼 때 턱의 높이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표 1> 턱의 높이
(고) ㅣ ㅡ ㅜ
(중) ㅔ ㅓ ㅗ
(저) ㅐ ㅏ
이번에는 위의 <표1>을 보면서 소리 내 봅시다.
모음 'ㅡ'와 'ㅏ'는 어떤가요? "으~아~으~아~" 턱의 높이가 달라지죠.
모음 'ㅣ'와 'ㅐ'도 마찬가지네요. "이~애~이~애~" 역시 턱의 높이가 달라집니다.
모음 'ㅜ'와 'ㅗ'도 해볼까요. "우~오~우~오~" 턱의 높이가 다르다는 게 느껴질 겁니다.
턱의 높이에 따라 모음의 음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턱의 높이를 다르게 해야 서로 다른 모음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도 역시 울림통과 소릿길, 즉 성도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턱이 낮을 때는 입이 벌어져서 구강이 넓어지고, 턱이 높을 때는 입이 작아져 구강이 좁아집니다. 턱의 높이에 따라 구강의 모양이 달라지는 거죠. 구강은 소릿길, 즉 성도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성대에서 입술까지 이어지는 성도의 모양이 변화할 때마다 이 구간을 지나는 성대의 진동음이 서로 다른 모음 음가를 산출하는 겁니다.
진짜로 그런지, 이번에는 턱의 높이를 고정시켜 놓고 <표1>에 있는 모음소리를 내 볼까요?
턱을 모음 'ㅣ' 위치에 고정시켜 보세요. 그리고, 'ㅔ,ㅐ,ㅡ,ㅓ,ㅏ,ㅜ,ㅗ'소리를 내보세요. 가능한가요?
저는 죽어도 안 됩니다. 만일 여러분 중에 턱을 움직이지 않고도 서로 다른 모음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이 또한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계신 겁니다.
저는 얼마 전 제주항공 참사 현장을 TV로 보다가 턱의 상하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피해상황에 대한 공동 브리핑 영상이었습니다. 소방서 관계자의 말소리와 지자체 관계자의 말소리가 비교되었습니다. 소방서 관계자는 마이크 앞에서 말을 하는데도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 지자체 관계자는 마이크에서 멀리 떨어져서 말을 하는데도 잘 들렸습니다. 저는 그 차이의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소방서 관계자는 입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턱의 운동 폭이 좁아 옹알거린 거죠. 그러나 지자체 관계자는 입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턱의 상하운동이 크고 확실하니까 모음 소리가 또렷했던 겁니다. 이렇듯 모음 음가에 영향을 주는 두 번째 변수는 턱입니다. 턱.
세 번째 변수는 혀입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