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6
"아~ 에~ 이~ 오~ 우~"
여러 번 크게 소리를 내 보세요. 이때 목을 손바닥으로 감싸 보세요.
손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지시나요?
이번에는 내 입모양을 의식하면서 다시 크게 따라서 소리를 내보세요.
모음을 바꿀 때마다 입모양이 달라지나요?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면, 여러분은 울림통과 소릿길을 잘 까신 겁니다.
이 길로 모음의 원료가 되는 소리, 즉 성대의 진동음이 지나갑니다.
울림통과 소릿길? 이게 뭘까요?
먼저 울림통에 대해 풀어가 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방송기자 현업 시절 술자리가 생각났습니다. 취재로 알게 된 국립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님과 '소맥'으로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였습니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막 보급되기 시작할 때였으니까 시간이 많이 흘렀군요.
술자리 대화는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 추억의 노래 소환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물리학과 교수님이 좋아하는 곡이라며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이 시끄러워서 잘 안 들렸어요. 그러자 그 교수님이 비어 있는 유리컵에 스마트폰을 집어넣는 겁니다. 어라? 소리가 더 커지더라고요. 이번에는 숟가락 통을 비우더니 그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역시 소리가 커질 뿐만 아니라 달라지는 겁니다.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무슨 마술이냐고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물리학 원리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때는 잘 못 알아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바로 공명(resonance)이었습니다. 소리의 진폭을 키워서 더 크게 들리게 하는 거죠. 유리컵과 숟가락통이 울림통 역할을 한 셈입니다.
우리 몸에도 이런 울림통이 있습니다. 성대와 바로 연결되는 목구멍과 구강(입)이 울림통 역할을 합니다. 성대가 떨리면서 만들어내는 진동음은 다양한 모음 소리의 원료가 되지만 약합니다. 이 약한 진동음이 목구멍과 구강이라는 울림통에서 공명되면서 진폭이 커집니다. 그래서 입 밖으로 나온 모음 소리는 처음 성대에서 만들어진 진동음보다 크고 웅장해집니다. 성악가들이 이 공명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울림통이 인터넷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검색해 보았더니 모양도 크기도 다양합니다. 제가 직접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제품 사용 후기로 추측해 볼 때 울림통 모양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인 듯합니다. 다시 회식자리로 돌아가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그 교수님이 스마트폰을 유리컵에 넣었을 때와 숟가락통에 넣었을 때, 원기둥 모양의 유리컵에서 울려 퍼진 노래와 사각형 숟가락통에서 울려 퍼진 노래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동일한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온 음악소리였는데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울림통의 모양, 즉 소릿길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소릿길이 나왔군요.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우리말소리의 재료가 되는 모음 소리를 정확하게 내려면 이 소릿길을 이해해야 합니다. 자음 소리도 마찬가집니다.
소릿길은 다른 말로 성도(vocal track)이라고 합니다. 구간으로 치면 성대부터 입술까지입니다. 성대에서 생긴 진동음이 목구멍을 거쳐 입 밖으로 빠져나가기까지 지나는 길입니다. 성대 진동음을 증폭시키는 공명이 이 구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성도의 공간이 울림통이기도 합니다. 울림통 즉, 이 성도의 공간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공명이 달리 일어납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모음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아~ 우~"를 가지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이 글 도입부에서 입모양을 의식하면서 소리 내 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해보겠습니다. 제 설명대로 따라 해 보세요. 소리는 내지 말고 입만 크게 벌려보세요. 어릴 때 엄마가 밥 먹여 줄 때처럼요. 이제 성대를 울려보세요. 무슨 소리가 나나요?
'아' 소리가 납니다.
자, 이번에는 어린 조카나 자녀에게 뽀뽀해 달라고 조를 때처럼 입술을 쭉 내밀어 보세요. 그리고 성대를 울려보세요. 무슨 소리가 나나요?
'우' 소리가 납니다.
성대의 진동음이라는 같은 원료를 가지고 서로 다른 모음 소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소릿길, 즉 성도의 모양과 길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를 만든 건 입모양입니다. 성도의 모양과 길이 변화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