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일꾼 '혀'

말소리튜닝9

by 신미이


모음 소리가 또렷해지면 말소리가 정확하게 들립니다. 그럼 또렷한 모음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우리는 지금 또렷한 모음 소리를 결정하는 세 가지 변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변수는 입술 모양, 두 번째 변수는 턱의 높이라고 했습니다.


세 번째 변수는 혀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혀의 어느 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지는가입니다.

어렵죠?

맞아요. 저도 이 세 번째 변수를 설명하는데 애를 먹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변수라 하면 차이가 있다는 건데, 이 혀의 차이는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어서 느끼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작해 보죠.


모음 'ㅣ'와 'ㅡ'를 반복해서 소리 내 보세요.

"이~으~이~으~이~으~"

혀가 앞에서 뒤로, 뒤에서 다시 앞으로 움직이는 걸 느끼시나요?


저 같은 경우는 혀의 움직임이 이렇게 느껴집니다. "이~" 할 때는 혀끝이 아랫니 뒤에 닿았다가 "으~"하면 혀끝이 아랫니에서 떨어져요. 뒤로 움직였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다시 "이~"할 때 혀끝이 아랫니 뒤에 닿습니다. 뒤로 물러났던 혀가 다시 앞쪽으로 움직인 거죠. 두 번째 변수인 턱은 위-아래로 움직였는데, 세 번째 변수인 혀는 앞-뒤로 즉, 전-후로 움직이면서 차이를 만듭니다.


혀가 앞-뒤로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따라 해 보세요.

모음 'ㅣ'를 "이~"하고 소리 내 보세요. 그리고 얼음! 소리를 멈추고 그대로 숨을 들이마셔 보세요. 혀의 앞부분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날 겁니다. 이번에는 모음 'ㅡ'를 "으~"하고 소리 내 보세요. 그리고 얼음! 소리를 멈추고 숨을 들이마시세요.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혀의 뒤쪽 부분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숨을 들이쉴 때 시원하게 느껴지는 자리가 혀와 입천장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진 곳입니다. 그 좁아진 통로로 공기가 지나가면서 시원한 느낌이 전해집니다. 즉, 모음 'ㅣ'는 혀의 앞부분을 사용해서, 모음 'ㅡ'는 혀의 뒷부분을 사용해서 소리를 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세 번째 변수는 혀의 어느 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지는가라고 했습니다. 혀의 앞쪽 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질 때 소리가 나는 모음을 '전설 모음'이라 부르고, 혀의 뒤쪽 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질 때 소리가 나는 모음을 '후설 모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ㅣ'는 전설 모음이고, 'ㅡ'는 후설 모음입니다.


8개 단모음을 아래 <표 2>처럼 다시 배열해 보겠습니다.


<표 2> 전설모음 후설모음

턱의 높이 (평순) (평순) (원순)

(고) ㅣ ㅡ ㅜ

(중) ㅔ ㅓ ㅗ

(저) ㅐ ㅏ


턱의 높이가 낮을수록 입이 크게 벌어집니다. 혀의 앞쪽을 쓰면 전설 모음, 혀의 뒤쪽을 쓰면 후설 모음입니다. 원순 모음과 평순 모음을 결정하는 변수는 입술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입술을 툭 튀어나오게 쭉 내밀어야 원순 모음 'ㅜ'와'ㅗ'를 정확하게 소리 낼 수 있다는 거 잊지 않으셨죠?


우리말 모음은 저렇게 <표 2>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표를 기억하면 도움이 됩니다.

'ㅣ ㅔ ㅐ ㅡ ㅓ ㅏ ㅜ ㅗ' 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직접 소리를 내면서 읽어보세요.


모음 'ㅣ'는 턱이 높을 때 소리가 납니다. 턱이 가장 높을 때는 입을 다물이고 있을 때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ㅣ' 소리를 내려면 입을 아주 살짝 벌려야 합니다. 입을 다물었다가 조금만 벌린 상태에서 소리를 냅니다. 이때 혀의 앞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전설-평순-고모음입니다.

모음 'ㅔ'는 'ㅣ'보다 턱이 낮아져야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ㅣ'보다 입을 크게 벌립니다. 이때 혀의 앞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전설-평순-중모음이라고 합니다.

모음 'ㅐ'는 바로 위에 있는 'ㅔ'보다 턱이 더 낮아져야 소리가 납니다. 그 위에 위에 있는 'ㅣ'와 비교하면 훨씬 더 낮아져야 합니다. 그래서 전설-평순-저모음이라고 합니다.


모음 'ㅡ'는 턱이 높을 때 소리가 납니다. 바로 옆에 있는 모음 'ㅣ'와 턱의 높이가 같습니다. 즉, 입이 벌어진 정도가 같습니다. 'ㅡ'는 'ㅣ'와 입술 모양도 같습니다. 혀의 전-후 위치만 다를 뿐입니다. 이때는 혀의 뒷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후설-평순-고모음이라고 합니다.

모음 'ㅓ'는 'ㅡ'보다 턱이 낮아져야 소리가 납니다. 이때 혀의 뒷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후설-평순-중모음이라고 합니다.

모음 'ㅏ'는 'ㅓ'보다 턱이 더 낮아져야 소리가 납니다. 역시 혀의 뒷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후설-평순-저모음이라고 합니다.


모음 'ㅜ'도 턱이 높을 때 소리가 납니다. 중요한 것은 입술을 오므려서 앞으로 쭉 내밀어야 정확한 소리가 납니다. 이때 혀의 뒷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후설-원순-고모음이라고 합니다.

모음 'ㅗ'는 'ㅜ'보다 턱이 낮아져야 소리가 납니다. 역시 입술을 오므려서 앞으로 쭉 내밀어야 합니다. 이때 혀의 뒷부분이 입천장과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후설-원순-중모음이라고 합니다.


전문용어가 나오니까 어렵죠? 전문용어는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각각의 모음을 만드는 방법이 모두 다르구나, 하는 점만큼은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꼭.

모음 8개를 소리 내는 방법이 이렇게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으셔야 합니다. 1) 입술 모양, 2) 턱의 높이에 따라 입이 벌어지는 정도, 3) 혀의 앞쪽을 쓰는지 아니면 뒤쪽을 쓰는지, 이 삼박자가 잘 맞아 돌아가야 정확한 모음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말을 할 때 이런 차이들을 의식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합니다. 말소리가 또렷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잘 쓰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말소리가 뭉개지는 사람,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전달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입술과 턱, 혀의 움직임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습관적으로 잘못 쓰고 있습니다.


이것을 깨달아야 내 말소리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깨달아야 고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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