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11
또렷한 말소리, 즉 명료도를 좌우하는 건 모음입니다. 그건 모음이 '말소리의 뼈대'가 되기 때문이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선 글에서는 단모음 8개 'ㅣ,ㅔ,ㅐ,ㅡ,ㅓ,ㅏ,ㅜ,ㅗ'가 어떻게 서로 다른 음가를 내는지 그 조음 방식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드렸습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여러분이 저 모음 소리를 낼 줄 몰라서가 아닙니다. 각각의 모음 소리가 만들어지는 조음 원리를 정확하게 의식하고 있어야 애매모호한 모음 소리를 피해 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중 모음 소리가 정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중 모음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면 말소리가 세련되어 보이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모음뿐만 아니라 이중 모음 발음 연습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크게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의료관광활성화위원회"
잘 되시나요?
의외로, 이중 모음 소리를 정확하게 내는 사람이 드뭅니다.
저는 취재를 해야 하는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습니다. 기자회견, 토론, 대담, 국회와 지방의회, 학술회의, 프레젠테이션 같은 공개발언 현장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아, 사람들이 이중 모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구나.
말 좀 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방송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말소리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아나운서나 성우, 배우들을 제외하면 이중 모음 소리를 단모음으로 소리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제 동료인 방송기자들도 만찬가지입니다.
법정도 비슷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영상을 보다가 일부 변호사들의 말소리가 자꾸 귀에 거슬렸습니다. 국회 측 변호인단과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을 합하면 10여 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돌아가면서 주장과 반론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방금 뭐라고 했지? 하고 다시 영상을 되돌려 봐야 하는 순간순간이 있었습니다. 말소리가 웅얼거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중 모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였습니다. 가장 적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재판정에서 변호사들의 말소리 때문에 의미에 혼선이 올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고 김영삼 대통령의 발음과 관련해서 회자되는 일화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주도 유세 현장에서 했다는 바로 그 말,
"제주를 세계적인 '강간'도시로 만들겠습니다."
'관광' 도시를 범죄의 도시로 둔갑시켜 버린 일화인데요. 실제 유세현장에서 저런 말을 했는지 사실 여부는 논란이 있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부정확한 발음을 풍자한 것만큼은 분명하죠.
제가 기억하기에도 김영상 대통령의 발음은 매우 부정확했습니다
"군부 독재를 '학실히' 종식시키겠습니다."
확실히 김영삼 대통령은 이중 모음 소리를 정확하게 내지 못했습니다.
다시 크게 한번 소리 내 보겠습니다.
"의료관광활성화위원회"
머릿속에서는 분명히 이렇게 읽으라고 시킵니다.
(1) "의~료~관~광~활~성~화~위~원~회~"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납니다.
(2) "으~로~강~강~할~성~하~이~언~헤~"
심지로 (2)로 소리 내고도 (1)처럼 소리 냈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에이 설마! (2)처럼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요? 제 말이 너무 극단적이라고요?
아니에요. 있어요.
다음 말을 소리 내어 따라 해 보세요. 언뜻 글자를 보면 외국어처럼 보이지만 우리말입니다
"강강가장입니다. 지금부터 으로강강할성하이언헤를 시작하겠습니다."
말뜻을 이해 못 했다면 반복해서 소리 내 보세요. 맥락상 무슨 말인지 서서히 알게 됩니다.
"관광과장입니다. 지금부터 의료관광활성화위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실제로 어느 지자체가 주관하는 의료관광활성화위원회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이 지자체 관광과장은 김영삼 대통령처럼 '강간'이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천만다행이군요.
그러고 보면 '관광'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료관광활성화위원회"
딱 한 음절 '성'만 빼고 각각의 음절이 이중 모음을 뼈대로 하고 있습니다.
'ㅢ,ㅛ,ㅘ,ㅘ,ㅟ,ㅝ,ㅚ'
이중 모음은 다음과 같이 13개입니다.
'ㅑ,ㅕ,ㅛ,ㅠ,ㅖ,ㅒ,ㅟ,ㅚ,ㅞ,ㅙ,ㅝ,ㅘ,ㅢ'
단모음 8개를 합하면 우리말에 쓰이는 모음은 모두 21개가 됩니다.
이중 모음(13개): 'ㅑ,ㅕ,ㅛ,ㅠ,ㅖ,ㅒ,ㅟ,ㅚ,ㅞ,ㅙ,ㅝ,ㅘ,ㅢ'
단모음(8개): 'ㅣ,ㅔ,ㅐ,ㅡ,ㅓ,ㅏ,ㅜ,ㅗ'
학교에서 배운 거랑 다르죠? 학교 문법에서는 'ㅚ,ㅟ'를 단모음으로 분류하지만 저는 이중모음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겠습니다. 그 이유도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중 모음 한번 소리 내 보겠습니다.
"야~여~요~유~예~얘~위~외~웨~왜~워~와~의~"
소리 때 입이 내 뜻대로 잘 안 움직이나요?
걱정 마세요. 방법이 있습니다.
이중모음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습니다.